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17기)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때 야구선수 오승환·임창용씨 원정 도박사건을 재판 없이 벌금 처분으로 끝내도록 개입했다는 이유로 징계와 함께 수사를 받게 돼 논란이 거세다. 유·무죄와 무관한 절차 조언을 권한남용으로 봐야 하는지 이견이 분분하다. 사건 담당판사는 "부당한 압력이라고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은 재판을 거치건 벌금으로 끝내건 벌금 1000만원이 처벌의 상한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12일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지난 4일 임 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지내던 2016년 1월 약식기소된 두 선수의 도박사건을 맡은 김 모 판사가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자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 판사는 사건을 정식재판에 넘기지 않고 검찰 청구대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임 부장판사 권고대로 결정이 바뀌었으므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판단한 셈이다. 검찰도 "단순 징계 처분이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해야 할 사안이며, 실제 재판 결과가 뒤집힌 것인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수사 때 현직 법관에 대한 수사 확대를 막으려 영장전담 판사를 통해 수사기밀을 빼돌렸다는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형사수석부장이 유·무죄 결론이 아닌 절차에 대해 조언한 것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해당 판사는 대법원 조사 때 "(임 부장판사 조언이)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언대로 다른 판사들 의견을 들어 사건을 적정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부장판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을 약식절차에서 처리하라든가, 벌금형을 올리라든가 하는 등 이 사건 결론에 대해 어떠한 언급이나 지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단순도박죄는 벌금 1000만원이 상한이어서 본 재판에서도 결국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판사 결정대로 정식 재판에 회부하면 4~6개월 이후 첫 공판기일이 지정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데) 굳이 공판절차를 진행해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을 것이 우려돼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라'고 조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박사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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