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0월 05일 뉴스초점-리벤지 포르노 엄벌해야

'그는 협박범이다.'
연예인 구하라 씨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가,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했다며 한 말입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할 목적으로 교제 당시 촬영했던 사진이나 영상을 인터넷 등에 유포하는 행위,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의 피해자라는 거죠.

이로 인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또 시끌벅적합니다. 리벤지 포르노범들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무려 15만 명 가까이 동의를 했거든요. 이는 단순한 연예인에 대한 팬심이 아닙니다. 리벤지 포르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접수된 리벤지 포르노 피해는 올 상반기에만 1,300건이나 됩니다.

문제는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가해자가 누군지 알아도, 처벌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은 1,680명 중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고작 30명, 2%도 안 되거든요. 현행법상 리벤지 포르노 가해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이다 보니 동의하에 촬영했는지, 신체 어디가 나왔는지 등을 따지다가,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겁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각국에선 리벤지 포르노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동의하고 촬영한 영상이라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징역형이나 벌금에 처하는 건 물론 이를 방조한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한 적도 있습니다. 영국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의도가 있느냐를, 범죄 성립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죠.

지난해 우리 정부도, 성관계 영상 유포 범죄에 대해 상대방 동의하에 촬영을 했건 아니건 유포 시엔 무조건 5년 이하의 징역형만 구형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습니다만, 그 법을 심사해야 할 국회의 상황을 보아하니 또 언제가 될지 기약도 할 수 없지요.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가집니다만, 죄를 짓고도 처벌이 미약한 것도 이유가 됩니다. 생각보다 처벌이 약하니, 그에 대한 두려움도, 반성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끼게 되는 거죠. 영혼의 살인자로 불리는 불법 동영상 유포자들이 그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협박받는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려 법을 빨리 개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