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전반에 `탈코르셋` 운동이 번지고 있지만 취업 시장에서는 여전히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다니는 김 모씨(여·25)는 지난 22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김씨는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보여주고 싶어 시술을 결정했다"라며 "이중턱이 게을러 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슈링크 리프팅' 시술을 처음 받아봤다"라고 토로했다.
추석 연휴에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을 예약하는 젊은 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대형 성형외과와 피부과, 비만클리닉 등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연장영업 시간까지 예약이 모두 완료된 상태로 예약률이 전달보다 평균 10% 이상 늘어났다.
이 가운데 취업을 위해 외모 관리를 하는 취업 준비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추석 연휴가 하반기 취업 시즌과 맞물리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발걸음이 도서관이 아닌 성형외과로 향한 셈이다.
서울 강남 P 성형외과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 명절 특수를 노리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취업을 위해 방문하는 젊은 층이 많았다"라고 귀뜸했다. 그는 이어 "이어지는 주말까지 휴가를 내는 등 일정을 조정해 붓기 관리를 하는 분들이 대다수"라며 "상담을 하면서 이유를 물어보면 '면접에서 조금이라도 더 호감형 얼굴로 다가가기 위해서'라는 답했다"라고 덧붙였다.
압구정 L 성형외과 관계자 역시 "추석 연휴 기간 예약은 몇 달 전부터 이미 마감됐다"라며 "20∼30대의 경우 눈성형·코성형·안면윤곽수술과 같이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만들어주는 윤곽수술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필러, 보톡스 등 주사 성형시술인 '쁘띠성형'도 인기"라며 "시간·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적어 취업 준비의 일환으로 많이들 한다"라고 설명했다.
취업 준비생들의 이 같은 선택은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사회 분위기에 기인한다. 얼굴이 스펙이라는 '페이스펙', 큰 키를 선호하는 '하이티즘'과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취업 시장에서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상황이다.
올해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채용 평가에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57.4%가 실제 '그렇다'라고 답했다.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바도 비슷했다. 사람인에서 올해 구직자 4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0% 이상이 구직 시 외모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채용 시 외모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는 응답자는 무려 95.5%에 달했다. 취업을 위해 '외모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57.4%(여성 60.5%, 남성 53.8%)였다. 피부 관리(47.3%)부터 치아 교정'(10.8%), 성형수술(5.4%)까지 매달 평균 18만 원 정도의 금액을 지출했다.
최근 여성들을 중심으로 '탈코르셋' 움직임까지 일고 있지만 아직 취업시장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취준생들의 이야기다. 특히 항공사, 호텔업계 등 서비스업의 경우 더 벽이 높다는 평가다.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승무원을 준비 중인 한 구직자가 자신의 몸무게와 키를 공개하며 "여자인데 이정도면 괜찮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다른 구직자는 "조금 더 빼야 할 것 같다", "면접까지 다이어트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취준생들이 외모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동시에 취업 시장의 외모지상주의를 확대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무리한 다이어트를 이어가고 취업 성형까지 감행한다.
임인숙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진행 중이지만 취업 시장에서는 아직 시기 상조인 이야기"라며 "현재와 같은 취업 불황 속에서 취준생들은 서바이벌을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비교우위를 지
임 교수는 "기업에서 외모를 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취준생 내부에서 각성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블라인드 채용 전면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태도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