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졌을 때 김명수 대법원장이 한 말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요구한 수사자료의 임의 제출을 거부했고,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90%나 기각해 버렸습니다. 수장인 자신의 말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동안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었죠.
그러는 사이 재판 거래 의혹은 점점 사실화됐고, 예산 전용 의혹에, 증거 파기 방조에, 법정 최고 권력인 판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소환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끝없이 추락하는 법원의 모습에 법관들조차 불안감에 싸여 모두가 수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죠.
'수사 협조가 아니라, 고발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 '영장을 계속 기각하니 검찰 수사가 더 넓어진 것 아니냐', '윗선이 총대라도 멨으면 이 지경까지 오진 않았을 것 아니냐' .. 등등 법원 내부에선 볼멘소리도 나오는 상황. 그나마 성의를 좀 보인 '법원개혁 입법과제'는 사법농단의 주체인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개혁을 주도하겠다는 내용이니, 이건 뭐 아무것도 안 하고 침묵하는 게 더 낫다고 해야 할 판입니다.
우리 역사상 사법개혁은 늘 법원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이뤄졌습니다. 사법부의 독립 보장과 개혁을 요구하며 현직 판사들이 일으킨 사법 파동은 네 차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사법개혁을 이끈 건 1999년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로, 법원 내부가 아닌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 사회 각계 인사들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이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거죠.
사법부 70주년 기념일인 오늘, 전 국민과 법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한 말은 '더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겠다.' 물론 수사 중인 사건에 의견을 내는 건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사법부 수장으로서 석 달간 기다려 들은 답치곤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묻고 싶습니다. 혹시 지금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해주길 바라는 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