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관련자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법원은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는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을 경우 회고록을 출판·배포하지 못하게 했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4부(신신호 부장판사)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4개 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인 전재국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 부자에게 5·18 관련 4개 단체에 각각 1500만원씩을, 조 신부에게는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회고록에 나온 북한군 개입, 헬기 사격, 계엄군 총기사용, 광주교도소 습격 등 5·18 관련 23개 사실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5·18은 신군부 정권 장악을 위한 5·17 비상계엄확대조치에 반대하고 민주 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광주 시민들의 시위가 정국 장악에 상당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신군부가 무리한 진압 활동으로 과도하게 총기를 사용해 수많은 시민이 희생당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 지 오래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전두환은 이같은 역사적 평가를 반대하고 당시 계엄군 당사자들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변명적 진술을 한 조서나 일부 세력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5·18민주화운동의 발생 경위, 진행 경과에 대해 사실과 다른 서술을 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역사적 평가가 내려진 5·18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5·18 과정에서 무력적인 과잉진압을 한 당사자들의 진술이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전두환 주장처럼 5·18에 대한 평가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 있고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 고증을 거친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것이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왜곡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헬기 사격을 부정한데 이어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5·18단체와 유가족은 전
이와 별개로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 허위사실을 써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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