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자신의 말대로 조정에 응하지 않는 재판 당사자들에게 짜증 아닌 짜증을 내며 재판을 끝내버린 겁니다.
또 다른 법원에선, 미리 보고 왔어야 할 기록을 재판정에서 보느라 10분 동안 재판을 올스톱 한 채 사람들을 기다리게 한 판사도 있었죠. 이렇게 불성실한 재판에다, 고성에, 윽박지르는 건 예사. 여자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 판사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뉴스거리가 될 만큼 특수한 게 아니라,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란 거죠.
물론, 하루에도 수십 건씩 판결을 해야 하는 판사들의 고충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소속 판사는 400명 정도, 이들 중 민·형사 단독재판을 맡은 판사의 수는 각각 62명, 20명뿐입니다. 2016년 기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민·형사 단독재판 건수를 감안했을 때, 판사 한 명에게 접수되는 사건은 각각 연평균 5천 건과 9백 건에 달하죠.
하지만,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아무리 사사로운 사건이라도 재판 당사자들에겐 그 한 건 한 건이 인생이 걸린 일입니다. 때문에 글자 한 자, 말 한마디도 허투루 해선 안 되는 엄중한 일이고 그렇기에 일부 판사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게 사실이죠.
재판정에서 변호인과 검사는 이렇게 말을 시작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권위와존중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억울한 이들의 말을 들어주는 포용력과 잘잘못을 가리는 능력, 또 성실함, 그 기본적인 법관의 윤리를 지켜낼 때 재판 당사자들이, 국민이, 권위와 존중을 표하는 겁니다.
최근 속속 드러나는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민낯을 지켜보며, 법관들은 법원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는 게 두렵다고들 했죠. 그럼, 지금부터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작은 재판정에서부터 좀 살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