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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드라마나 만화는 물론 영화에서도 끊임없이 얼굴을 들이미는 직업군 중 하나가 바로 '탐정'이다. 감칠맛나는 조연급은 물론 아예 메인으로 등장해 관객들을 사건의 한가운데로 몰고가는 역할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흥신소'나 '사설탐정' 등으로 불법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아직 정식 직업군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민생치안 역량을 대폭 강화해 범죄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국가가 공인하는 탐정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공약 중 하나로 '공인 탐정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 통해 '공인 탐정제' 도입 밝히기도
이런 기대감을 바탕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 국내에 처음으로 정식 학과(석사)과정이 신설됐다. 동국대학원 법무대학원이 발빠르게 탐정(PIA)법무전공을 개설한 것이다. 이어 단국대 경영대학원도 올해 2학기부터 '글로벌탐정 최고경영자 과정'을 열었으며, 경희대나 대림대 등에서도 평생교육원 등을 통해 PIA 민간조사(탐정) 자격취득 과정을 모집하고 있다.
동국대 법무대학원의 강동욱 탐정법무전공 교수는 "OECD 가입 34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허용돼 자격인증이나 교육, 영업등록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작용 등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더이상 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경호영역처럼 제도화로 끌어올린다면 5만여명에서 부대업무인원까지 최대 10만여명 정도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탐정업, 일명 민간조사(PI, Private Investigator)업은 아직도 제도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탐정관련 법안은 1998년 제 15대 국회에서 하순봉 의원에 의해 처음 제안된 이래 20대 국회까지 총 10차례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충분한 심의는 커녕 잊혀지기(?) 바빴다.
그러나 더이상 입법을 미루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발전하면서 치안수요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률의 부재로 심부름센터나 불법채권추심, 사생활침해 등 불법행위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도권 내로 합법화시켜 좀 더 전문적이면서도 통제 가능한 업종이 되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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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조사관, M&A 컨설턴트 등 PI 전문 직군으로 확장
실제 탐정, 아니 민간조사업역은 흥신소 수준이 아니다. 정보전문가나 IT업종의 포렌식 전문가, 보험조사역, M&A 전문브로커 혹은 컨설턴트, 사건 자료수집 전문가, 신용조사업자, 의료사고조사관, 손해사정사 등으로 활동영역도 넓은 편이다.
4차산업군도 마찬가지다. 드론을 이용한 조사나 빅데이터 관련 민간조사는 국가 권력이나 수사기관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인력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강 교수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가가 개인 사생활에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든다. 국가가 조사할 수 없는 영역에 탐정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러번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관할주체에 대한 쟁점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 강 교수는 "민간조사업무는 수사가 아닌 사실확인행위라 법무부 소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치안행정 등에 역할을 하기때문에 경찰청에서 관리감독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제도권으로 가는 가장 큰 걸림돌이 주무기관이라면 제 3의 기관을 선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이런 논의들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이미 민간조사업역을 인정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체계를 분석해 도입한다면 좀 더 효율적이면서 빠른 정립을 할 수 있으리라는 전제와 함께다.
국내에서도 몇십년간 활동해온 탐정이 없진 않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활동에 지장이 있는 것은 물론 사기나 불법추심 등의 부작용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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