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3년여 만에 재발에 걱정·우려…정부 감염 차단 주력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3년여 만인 오늘(8일) 국내에서 다시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2015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을 당시 피해나 불안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번 메르스 환자가 격리조치 되기 전에 있었던 삼성서울병원에서 이 환자와 접촉한 환자에 대해서도 격리조치를 하고 있어 혹시 더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일단 이번 환자 확진 뒤 곧바로 격리 조치하고, 입국 당시 탔던 항공기 동승객과 가족 등 밀접 접촉자들에 대해서도 검사에 들어가는 등 2015년 당시와 달리 신속하게 감염 차단에 나서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쿠웨이트에 업무차 출장을 갔다가 지난 7일 귀국한 서울거주 A(61)씨가 이날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습니다. A씨는 입국 후 발열과 가래 등의 증상을 보여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에 입원, 격리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메르스 환자는 2015년 5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가 생겨 전국을 강타한 이후 3년여만에 발생한 것입니다.

메르스는 당시 우리나라에 갑자기 나타나 큰 공포와 상처를 남기고 떠난 신종 감염병입니다.

당시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메르스의 최고 유행지가 되며 '코르스'(KORS)라는 냉소적인 농담도 나왔습니다.

당시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다시 환자수가 '0명'이 되기까지는 반년을 넘긴 190일이 걸렸습니다.

1번 환자가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의 첫 번째 유행지가 됐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같은 병실을 쓰던 환자와 보호자를 거쳐 다른 병실, 다른 층의 환자, 의료진 등으로 순식간에 옮겨갔습니다.

방역망을 벗어난 14번 환자가 방문한 삼성서울병원은 두 번째 유행지가 됐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사흘간 방문한 이 환자를 통해 감염된 메르스 환자는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91명이나 됩니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은 임시로 문을 닫아야 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사태의 진원지는 병원이었습니다. 감염자들 모두 병원 내 감염이었습니다.

감염병 관리가 허술했던 병원은 낙타가 서식하지 않는 한국에서 메르스의 숙주가 됐습니다.

북적거리는 응급실과 좁은 다인실 병실, 과도한 병문안 문화 등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갔던 사람이 되레 메르스에 노출됐습니다.

위기 상황을 통제해야 할 방역당국은 컨트롤타워를 자주 바뀌며 우왕좌왕했습니다. 메르스 사태 초반 밀접 접촉자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고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신속하게 감염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접촉자들을 격리해야 했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할 역학조사관은 32명뿐이었습니다.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역학조사관 수를 최소 89명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이 확정됐고 질병관리본부는 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됐습니다. 감염병이 퍼지면 민간 의료인을 치료나 역학조사에 동원할 수 있게 됐고 감염병 환자의 치료와 감염병 연구·교육을 담당할 감염병전문병원(또는 감염병연구병원)을 설립·지정하는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더 컸습니다. 메르스에 직접 노출된 사람들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메르스로 인해 움츠러들며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이라는 또 다른 타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은행의 통화운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가 한창 유행하던 2015년 6월 소매 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의복, 가방 등 준내구재가 전월보다 11.6%나 줄었고 가전제품 등 내구재는 2.1%, 화장품 등 비내구재는 0.9% 각각 축소됐습니다. 메르스는 대형 유통업체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직격탄을 날려 6월 백화점 매출은 전달보다 12.6% 급감했고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14.7% 떨어졌습니다. 서비스업생산도 운수(-6.1%), 숙박·음식(-10.2%), 예술·스포츠·여가(-12.6%) 부문에서 큰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메르스 공포로 그해 국내 관광 산업은 2조6천500억~3조4천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화관광연구원의 '메르스 사태로 인한 관광산업의 피해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6~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153만3천명 줄었습니다.

한국여행업협회에서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7∼8월 한국에서 숙박이나 관광지 등을 이용하겠다고 예약한 외국인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2.1% 급감했습니다. 한국인의 국내 관광 감소 피해액만 따져도 그해 6월 한 달 6천300억원에 이릅니다. 정부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내수 활성화 명분으로 11조6천억원의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습니다. 메르스로 국내 관광 산업이 휘청이자 정부와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