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대청호가 다시 쓰레기로 뒤덮였습니다.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를 한데 모아 묶어둔 밧줄을 누군가 끊는 바람에 발생했습니다.
어제(4일) 한국수자원공사 대청지사(이하 수공)와 주민들에 따르면 어제 오전 이 마을 선착장 부근에서 쓰레기를 가둬 둔 밧줄이 훼손돼 애써 모은 쓰레기가 다시 호수 안쪽으로 둥둥 떠내려갔습니다.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던 68살 방모 씨는 "오전 7시쯤 호수에 나와보니 선착장 주변에 모아둔 쓰레기가 흩어져 수면을 가득 뒤덮었고, 쓰레기 더미를 묶었던 밧줄도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쓰레기가 다시 호수 안쪽으로 흩어지면서 지난 닷새간 20여명의 수거 인부가 흘린 땀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이곳에는 지난달 26∼30일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1만5천㎥의 쓰레기가 떠밀려 들어왔습니다.
주변 산림이나 하천 등에 방치되던 나무와 풀이 대부분이지만, 빈 병과 플라스틱류 등 생활 쓰레기도 화물차 수십 대 분량에 달합니다. 심지어 장롱이나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도 있습니다.
수공은 쓰레기가 댐 본류로 흘러가지 않도록 이 지역 호수에 길다란 펜스를 설치해놨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수거업체 인부를 투입해 이곳에 둥둥 떠다니던 쓰레기를 그물망으로 포위한 뒤 밧줄로 묶어 호숫가로 끌어내는 작업을 하던 중입니다.
수공 관계자는 "호숫가로 끌어낸 쓰레기가 썩을 것을 우려해 어제부터 포크레인을 동원해 선착장에 퍼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인 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쓰레기는 오래 방치할 경우 썩거나 물속으로 가라앉아 수질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수거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밧줄이 끊기는 바람에 쓰레기 수거는 4∼5일가량 지연될 전망입니다.
가뜩이나 녹조 때문에 시름하던 대청호 수질이 쓰레기 수거지연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쓰레기를 묶은 밧줄은 예전에도 몇 차례 훼손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공은 수상스키 등 레저활동을 하던 동호인들이 뱃길을 내기 위해 줄을 끊은 것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절단
방씨는 "절단된 밧줄 중에는 두께 1.6∼1.8㎝에 이르는 굵은 줄로 여러 개"라며 "예리한 칼이나 낫으로도 끊기 어려운데, 군데군데를 잘라놨다"고 고의성을 지적했습니다.
수공과 수거업체는 밧줄을 훼손한 사람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입니다.
[MBN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