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찍은 나체사진을 피해자에게 보냈다면 협박·공갈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타인에게 배포한 게 아니므로 촬영물 제공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및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38)에게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강의·알코올치료강의 각 40시간 수강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은 피해자의 신체영상을 타인에게 반포·제공하는 등 유포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촬영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제공' 행위의 상대방이 되지 않는다"며 촬영물 제공 혐의를 무죄로 봤다. 다만 "이를 통해 피해자의 공포심을 불러 일으킬 경우 협박·공갈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2016년 5월 술에 취해 전 여자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 찾아 가 손님들에게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보여주려 하고, 이를 말리는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2~3월
앞서 1심은 폭행과 나체사진 촬영 및 제공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봐 이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형량은 유지했지만 촬영물 제공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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