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6천여 곳의 은행에 있는 문구입니다. 폭염이 절정인 7월 30일부터 8월 말까지 은행은 무더위 쉼터로 운영되거든요.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중에 정치권이 갑작스레 요청하면서 시작된 건데 준비기간이 불과 닷새 밖에 안 됐지만 은행들은 선뜻 받아들였죠. 올 상반기에만 국내 은행들이 거둔 순수익은 8조 4천억 원,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3천억 원이 늘었습니다.
경기 불황에 폭염까지 덮쳐 여기저기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 요즘, 이렇게 큰 수익을 올렸으니 쉼터 하나쯤이야 기분 좋게 내줄 수 있었겠지요. 그런데 사실 은행들이 이렇게 돈을 번 건 고객들이 낸 이자 덕입니다.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는 적게 올리고,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린 건데 예금보다 대출을 더 많이 하는 지금 이자 수익은 그만큼 더 늘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벌어들인 이자만 19조 7천억 원. 집계 이후 사상 최대였던 겁니다. 서민들에게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에 국민들은 이 무더위에도 열심히 일해 꼬박꼬박 대출 이자를 내준 겁니다.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무려 1억 원에 육박했습니다. 성과급 잔치도 해마다 이어지고 있죠. 반면 가계 부채는 해마다 늘어 7천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사기업이 이익을 내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이자수익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도 갖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예대마진이 아닌 투자은행의 면모를 갖춘다면 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이자 부담 고통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게 서민들 덕에 성장한 은행의 진정한 사회 공헌일 겁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그런 사회 공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