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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3일은 세계왼손잡이의 날이다. [사진 = 세계 왼손잡이의 날 홈페이지] |
매년 이날이 되면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왼손잡이를 소수의 불편함 정도로만 치부하며 그들의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왼손잡이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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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에 있는 메모판에 왼손잡이들은 옆 사람을 바라본 채 필기해야 한다. [사진 = 류혜경 인턴기자] |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왼손잡이 홍지원 씨(27)는 매일 마주하는 '교통카드 단말기'를 통해 자신이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곤 한다. 교통카드 단말기는 사용자의 오른쪽에 카드를 찍도록 설치돼 있다. 이때 그는 왼손에 쥐고 있던 카드를 오른손으로 옮겨야 한다. 홍씨는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바쁜 출퇴근 시간 때는 나도 모르게 종종 왼쪽에 카드를 대곤 한다"며 불편함을 털어놓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사용하는 컴퓨터 마우스, 화장실의 휴지 걸이, 음식점에서 받아든 음식까지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다. 왼손잡이들에게는 식사 전에 국과 반찬의 위치를 바꾸는 수고로움이 더해진다. 대학 강당에서 주로 사용하는 메모판은 역시 오른손잡이만을 생각한 디자인이다. 서울 소재 대학교 한 강당에는 앉을 수 있는 200여 개의 좌석이 있었지만 모두 메모판이 오른쪽에만 설치돼 있다.
이처럼 학교, 일터에서 겪는 불편함은 능률저하로 이어진다. 손을 많이 사용하는 생산직 일터에서조차도 대부분의 기기는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위치를 바꿔 사용할 수 없다면 불편한 채로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왼손잡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부정적 인식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른손을 '바른손' '밥 먹는 손'으로 배운다. 교과서에서는 '바른 연필 사용법'으로 오른손으로 연필을 쥔 모습만 실려 있기도 하다. 왼손사용을 '바르지 않은 손'으로 배운 탓에 한국의 왼손잡이들은 눈칫밥을 먹으며 '양손잡이'로 성장한다. 2013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성인남녀 1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가 왼손잡이라 답했다. 전 세계 평균 비율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2003년 당시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은 왼손잡이를 위한 편의시설을 생산·설치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발의했다. 자신도 왼손잡이라 밝힌 정 의원은 발의안을 통해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시설이나 군대 등 왼손잡이용 물품의 설치를 의무화해 왼손잡이들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했다. 하지만 법안 제정이 좌절되면서 왼손잡이를 위한 법안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1999년 왼손잡이의 인권신장을 위해 한국왼손잡이협회가 출법했지만 2005년 협회장의 건강 악화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직장인 채홍관 씨(30)는 "30살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가족들에게 밥상에서 왼손을 사용한다고 핀잔받는다"며 "아직 한국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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