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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동에 있는 북큐레이션 서점 '부쿠' 내부 모습. 이곳에선 북큐레이터들이 가게를 방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책을 골라준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서점 '부쿠'는 대형 서점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깨끗해야 할 책에 밑줄과 메모가 책갈피로 기록돼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북큐레이터(Book+큐레이터)들이 남긴 것이다. 서점을 찾은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께 가게를 방문한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듯 책 속의 메모를 확인하며 책을 골랐다. 손님이 원하면 북큐레이터가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책을 골라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게 문을 연 지 30분도 안 돼 테이블마다 자리를 잡고 독서를 하는 이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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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쿠에서 판매중인 책에는 밑줄과 메모가 책갈피 로 기록돼 있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부쿠도 지난해 10월에 문을 연 북큐레이션 서점이다. 2000~3000 종의 책을 2~3권씩 총 5000~6000권을 보유하고 있는 부쿠에선 5명의 북큐레이터들이 가게를 방문한 손님에게 가장 알맞은 책을 추천해준다. 자신이 고민하는 분야와 관심사, 재밌게 읽었던 책을 말해주면 북큐레이터가 가장 적합한 책을 골라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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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큐레이터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관련된 책을 추천받는 `책처방`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쳐] |
북큐레이션 서점 열풍은 '플라세보 소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이 큰 제품을 택하는 것)'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습성과 무관치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형서점을 거쳐 편하고 싸게 책을 구매하기보다는, 불편하고 비쌀지라도 상담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경험이 개인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나영란 부쿠 북큐레이터(31)는 "요즘 사람들은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이나 시간에 돈을 투자한다"면서 "(부쿠는) 누군가와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일종의 '공감 비즈니스'"라고 얘기했다.
서점이지만 같은 공간에 카페를 두고 커피와 간식을 제공하거나, 비교적 조용한 동네에 가게를 차린 것도 모두 방문한 손님들이 편하게 쉬며 만족감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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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구에 들어선 북큐레이션 서점 '지금의 세상'. [사진 = 문혜령 인턴기자] |
지금의 세상은 5분 거리에 대형서점이 있지만 매달 100권이 넘는 책을 꾸준히 팔고 있다. 창가를 바라보고 앉는 의자 세개가 전부인 작은 서점인 데다 매주 25권의 책만 취급하는 걸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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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세상에서는 매주 하나의 고민을 선정하고 그와 관련된 추천 책을 선정해 제공한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김 대표는 "큰 서점은 책이 너무 많아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지금의 세상에선 책 종류가 적고 고민을 바탕으로 직접 큐레이팅한 책만 있어 오히려 맞는 책을 찾기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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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북큐레이션 서점 '당인리책발전소'. 방송인 오상진, 김소영 부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직접 읽은 책의 감상평을 손글씨에 적어 책과 함께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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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인리책발전소에는 오상진, 김소영 부부가 책을 직접 읽은 뒤에 남긴 재치있는 메모를 확인할 수 있다. 김소영씨는 MBC 아나운서 시절 조지 오웰 소설 '1984'에 크게 공감했다는 의견을 표명한 후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하기도 했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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