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국가교육회의로, 다시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결국 교육부로 되돌아온 교육 개편안.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대입제도 개편안 결정을 유보하면서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20억 원의 예산에 1년이라는 기간을 썼지만 결론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죠. 공론화위원회 구성에서부터 모집, 그리고 결론 도출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개월. 이 짧은 시간에 입시 제도를 바꾼다는 그 발상부터가 무리였으니까요.
우리 대입 제도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합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단일한 해법을 내놓기란 사실상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시민참여단은 총 4가지 안 가운데 제 1안을 가장 높이 지지했지만, 이마저도 하나 마나 한 일이 됐습니다. 공론화위의 안을 강제할 수단이 없거든요. 그러니 결국은 현행 입시제도로 결론이 날 가능성만 커졌죠.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았습니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의 의견이 어떻게 변했는지, 또 의제별 지지도의 경향은 어땠는지, 이런 것들은 원 자료를 봐야 알 수 있는데 공론위는 이걸 당장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거든요.
교육부가 골치 아픈 사안들을 위원회에 맡겨버리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이, 급하게 진행된 공론화 논의는 꼬여버렸고 이번에도 애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만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교육정책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교육부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정책입니다. 그걸 책임지고 결정하는 게 교육부의 존재 이유이고요. 국민 여론을 핑계로 시민들에게 대안을 구하는 건, 무책임을 떠나 무능하다는 걸 스스로 시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건 어쩌면 교육부가 평소에 업무를 방기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애들한테는 벼락치기 하지 말라면서 정작 정책을 벼락치기 하다니요. 이달 말 교육부의 최종 결정에서만은 백 년을 내다볼 수 있는 안이 마련되길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