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4차 치안혁명'을 구현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불필요한 질문으로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사람 수사관' 대신 AI 챗봇(Chat-bot)이 스마트한 상담에 나서고 드론(무인비행체)이 사건·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출동해 증거를 수집하는 신개념 치안기술이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의 '치안현장 맞춤형 연구개발 시범사업(폴리스랩 사업)'을 시작한다고 2일 밝혔다. 폴리스랩(Police Lab) 사업은 과학기술을 통해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국민생활연구 일환이다. 연구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모든 과정에 국민과 담당 기관이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경찰과 과기부는 그동안 '대국민 과학치안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경찰관과 기술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6개의 신규과제를 도출했다. 사업은 2020년까지 3년 간 100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먼저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성범죄 문제 해결기술팀'이 주도할 성범죄 수사용 AI 챗봇이 눈길을 끈다. AI 챗봇은 성범죄 피해자 진술 과정에 투입돼 조사 중 불필요한 진술을 배제하고 심리적 부담을 경감해 2차 피해를 방지한다. 성범죄 발생 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연구다. 이준환 교수는 "현장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성범죄를 당하고 난 후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 고소하는 소극적인 피해자들이 많은데, 이런 피해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한 잘못된 상담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구체적인 조서를 꾸미기 전에 상담을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피해자를 돕고, 경찰의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긴급한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해 현장을 통제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드론도 개발될 예정이다. 차지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의 연구팀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을 하면 현장 통제 및 수사을 보조하는 드론을 개발 중이다. 개발되는 드론은 현장에 출동하면 경찰차에 탑재된 자동으로 이륙해 해당 현장 장면 등을 촬영해 지구대 등에 보내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차지훈 박사는 "지금은 경찰이 현장에서 카메라 등을 통해 채증을 하는 과정에서 다툼도 많고, 현장 통제도 어려워 진다"며 "드론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경량 섬유강화 복합소재를 이용한 접이식 방검방패 개발사업도 주목된다.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흉기 소지자의 공격에 경찰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검방패는 무겁고 착용이 불편한 기존 방검복, 방탄복을 대체해 현장경찰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안역량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기술들도 폴리스랩 사업의 한 부분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지문식별 및 신원확인을 진행해 치매노인·어린이 등의 신원확인을 원활하게 하고, 스마트폰 탑재센서 등의 정밀도를 향상시켜 신고나 구조를 요청하는 시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들도 개발이 추진 중이다.
이번 연구들은 연구과정에서 선정된 치안현장 주민들과 현장담당 경찰관도 참여한 상태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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