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와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의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어제 법원에 재청구했으나 오늘 새벽 모두 기각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영장 기각은 지난 21일에 이어 두번째다. 검찰이 주요 피의자의 압수수색 영장심사 결과를 공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법원이 약속한 수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항의 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이어 "관련자들의 이메일에 대해서도 훼손이나 변경, 삭제하지 못하도록 보전조치 영장을 청구했지만 전부 기각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영장만 발부돼 이날 그의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원은 "양 전 원장과 박 전 처장 등이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이들과 함께 청구된 다른 피의자들의 영장에 대해선 "지난 영장 기각 때와 사정 변경이 없다"는 취지로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번에는 범죄 혐의를 더 추가했고, 소명 자료에도 임 전 차장의 이동식 저장장치(USB)에서 나온 '수사 대응자료', '원장·처장 보고자료' 등 수천 개 파일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연이은 영장 기각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검찰은 "전날 법원행정처로부터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문건과 인사 자료 등을 '제출할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법원은 "'추가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는 식의 최종 통보를 하지 않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에 협조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해 10월께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한 데이터 삭제) 된 양 전 원장과 박 전 처장의 PC 하드디스크에 대해 "완전히 훼손돼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24일 "(양 전 원장과 박 전 처장의)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 돼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면 당사자들에게 직접 받는 수밖에 없다"며 "그런 면에서 영장 기각은 아쉽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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