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강제 수사를 놓고 검찰과 법원 간 다툼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이 자료 확보를 희망하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과 사법지원실 등의 자료 제출을 대법원이 거부하고 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70·사법연수원 2기) 등 주요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잇달아 기각됐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에선 “사실상 검찰 수사를 법원이 막는 모양새”라는 지적과 함께 “김명수 대법원장(59·15기)이 강제 수사의 빌미를 제공한 탓”이라는 주장이 혼재돼 나오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법원행정처 자료 제출과 관련해 법원과 입장차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필요로 하는 자료 중 극히 일부만 대법원이 제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의 자료는 아예 검토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는데 그동안 나온 문건들의 심각성 등을 고려하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 국한해 자료를 제출받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규명되려면 법원행정처 내 담당 재판연구원의 PC 하드디스크 확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내 사법정책실과 사법지원실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들 부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을 작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법원은 기획조정실 외 다른 부서의 자료는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과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61·12기) 등 주요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주거 평온을 해칠 우려' 등을 이유로 임 전 차장의 영장만 발부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PC 하드디스크는 디가우징(자기장에 의한 데이터 삭제) 돼 당사자에게 받아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영장 기각은 아쉽다"고 말했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과 자료 제출 거부로 검찰 수사에 진전이 없자, "법원이 사실상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강제수사의 빌미를 준 김 대법원장이 자초한 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애초에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징계하고 끝내도 될 일을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이 같은 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에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이 우려됐다"며 "법원행정처 자료는 내부에서도 소수만 취급하다 보니 적나라한 기록들이 많아 쉽게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이럴 거면 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법원의 비협조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본격화할 방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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