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본인 명의 통장에 들어온 피해자의 돈을 무단 인출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횡령,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진 모씨(26)와 최 모씨(26)의 상고심에서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다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예금계좌를 넘긴 피고인들이 그 계좌에 입금된 피해자의 돈을 인출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는 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계좌 명의자와 송금인 사이에 법률관계 없이 송금됐다면 그 돈은 송금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됐을 때도 마찬가지이므로 명의자가 돈을 챙기기 위해 인출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희대 대법관(61·사법연수원 13기)은 "피고인들과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위탁관계는 인정되지 않고, 조직원과의 위탁관계는 (법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진씨는 지난해 2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1개월에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뒤 본인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넘겼다. 하지만 300만원을 받지 못하자 보이스피싱 조직에 다시 통장 등을 주면서 체크카드 1개를 더 만들었다. 이후 진씨는 친구인 최씨와 함께 계좌로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 61
앞서 1·2심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진씨에게 징역 6월, 최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과 보이스피싱 조직원 또는 피해자 사이의 위탁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횡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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