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와 금괴를 가득 실은 채 경북 울릉 앞바다에 침몰했다는 소문에 둘러싸인 러시아 함정 돈스코이호가 113년만에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화·금괴의 실체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배를 발견했다는 주장만 있고 금괴 존재는 확인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트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으로 1905년 러일 전쟁에 참전했다가 울릉도 인근에서 일본군 공격을 받은 뒤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배에는 현재 가치로 150조원 가량의 금화와 금괴 5500여개의 상자(200여t)가 실렸다는 소문이 있어 전설의 '보물선'으로 불렸다.
이 때문에 돈스코이호는 오래 전부터 인양이 시도돼 왔었다. 1981년 도진실업이 배와 보물을 인양하기 위해 일본에서 잠수정을 도입하는 등 자금을 투입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동아건설도 2003년 울릉 저동 앞바다 수심 400여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회사가 부도나면서 배 인양은 중단됐다.
이처럼 세간의 기억 속에 잊혀졌던 돈스코이호의 존재는 지난 17일 신일그룹이 선체를 확인했다고 발표하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일그룹은 보물선 인양사업, 아파트 건축 및 분양, 블록체인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종합회사다. 신일그룹은 지난 17일 "지난 15일 울릉군 저동리 앞바다 수심 434m 지점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며 금괴 존재에 대한 기대감에 불을 지펴놨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신일그룹이 지분 인수에 나선 제일제강 주식은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급기야는 한국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회사가 보유한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 판매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괴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과거에도 돈스코이호는 2001년 동아건설이 "보물선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투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식 시장을 교란한 적 있다.
배를 인양하기까지도 수많은 난제가 있다
[울릉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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