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들이 또래 여학생을 집단 폭행하고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가해자들은 산, 자취방 등 장소를 불문하고 피해자를 끌고 다니며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 사실을 게재해 인터넷에서 알려지면서 네티즌들도 함께 분노하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달 26일부터 2일동안 고교 2학년생인 A양(17)을 관악산과 A양의 집 등에 끌고 다니며 집단 폭행하고 성추행한 혐의(공동폭행 및 강제추행)로 중학생 B양(14)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의 어머니는 지난달 27일 A양이 "아는 동생네 집에서 자고 온다"는 말을 남긴 뒤 다음날 오전까지 연락이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신고했다. 경찰은 A양의 휴대전화로 수차례 통화한 끝에 A양과 연락이 닿았고 B양의 집 앞에서 경찰과 동행한 A양의 어머니에게 발견됐다. B양은 A양이 구타당한 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씻게 하고 집에 돌려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양은 집단 구타로 온 몸에 멍이 들고 걷기조차 힘든 상태였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현재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양은 가해자들이 옷을 모두 벗겨 달아나지 못하게 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해자들이 지속적으로 협박하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A양은 가해자들이 "센 척을 한다"면서 "직접 오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겠다"는 협박을 계속해 만나러 갔다가 주먹과 각목 등으로 구타당하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부 가해 학생들을 불러 사건 경위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번 폭행은 가해학생 중 한 명이 자신의 남자친구와 A양이 만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 선후배들을 불러 시작됐다.
경찰은 가해자 중 폭행을 주도한 3명이 다른 폭행·절도 사건에도 연루된 것을 확인했다. 3명 중 1명에 대해선 지난달 29일 소년분류심사원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4일 긴급동행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나머지 가해자들을 추가 조사한 뒤 신병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A양의 가족들은 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사건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피해 사실을 알렸다. A양 가족은 청원글에 "(A양이) 온몸에 멍이 들고 가슴에 공기가 차서 식도에 호스를 낀 채 밥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들은 산에 미리 (폭행을 위한) 각목을 준비했고 휴대폰 유심도 빼가는 등 범죄를 계획하고 협박과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4일 오후 4시 2만여명이 동의를 표하는 등 관심이 쏟아졌다.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