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시를 써 큰 파장을 일으켰던 최영미 시인이 언론 앞에 섰습니다.
미투 운동의 확대를 보며 우리 사회의 변화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호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해 12월 한 인문교양 분야 계간지에 발표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입니다.
은 선생이라는 이니셜을 가진 남성의 성추행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 시가 지목한 가해자는 문학계 원로이며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불붙기 시작한 미투 운동은 올해 상반기 한국사회를 달군 최대 이슈였습니다.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최영미 시인은 이 정도 파장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최영미 / 시인
- "사회가 이미 변할 준비가 돼 있었다. 사회에서 여성들이 더 이상 참지 (않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그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성추문 증언이 이어지면서 고은 시인의 삶을 조명한 공간인 서울도서관 소재 '만인의 방'은 철거됐습니다.
교과서에선 고은 시인의 시가 빠졌습니다.
▶ 인터뷰 : 최영미 / 시인
- "조금 복잡한 심경인데요, 저는 굳이 그의 시를 교과서에서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빼는 걸 반대하는 입장은 아닌데…. 그의 시가 생명력이 있다면 교과서에서 빼든 안 빼든 살아남을 거예요."
최영미 시인의 소망은 무엇일까.
잠시 망설인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최영미 / 시인
- "여성성을 팔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를 바꾼 미투 운동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됩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