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는 검사들은 "설령 사실이라 해도 수사로 밝히기 어려운 의혹에 대법원이 섣불리 불을 붙인 셈"이라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어 "법원 자체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듯한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15기)의 말 한 마디로 이 사태가 더 커졌다"며 "앞으로 사태 해결 과정에서 사법부 내 리더십 부재가 최대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직권남용 안돼"
3일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대법원의 재판 개입 의혹이 명확하게 사실로 드러나지 않는 한 법원행정처가 이같은 의혹을 산 내부 문건을 작성한 사실만으로는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 내 일부 강경파들은 2015년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해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방안' 등의 보고서를 만든 것은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사무기구에 관한 규칙' 제2조 2항은 '실·국장 밑에 그 업무를 보좌하기 위해 심의관 또는 담당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업무 책임자가 이를 '보좌'하는 부하직원에게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급자가 업무를 보좌하는 하급자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시키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했더라도 애초 하급자에게 결정권이 없어 이를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검찰로 책임 떠넘기나"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0·2기) 시절 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 입맛에 맞게 재판을 했느냐는 점이다. 정책기획 경험이 많은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법원 특별조사단이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으면서, 법원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만든 대외비 문건을 공개한 것은 무슨 의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제 실행과 무관하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든 문건까지 공개해버리면 국민들에게 괜한 의심만 키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만에 하나 KTX 승무원, 통진당 관계자, 키코 피해자 등 문건에 등장한 재판에 대법원이 일일이 개입해 판결에 영향을 줬다해도 수사로 이를 밝혀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주장대로 '이미 선고된 재판 중 정권 성향에 부합하는 것들만 추려 포장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미 사법부가 신뢰를 잃은 뒤"라고 밝혔다.
◆ "현 대법원은 수사 피할까"
고발당한 전·현직 대법원 관계자 등의 수사여부를 검토 중인 검찰은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부에 대한 전례없는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피고발인인 현 대법원장도 예외는 없을 것"이라며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는 5일
[이현정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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