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구속수사 여부를 가를 영장실질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은행권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현직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유의 사태에 할 말을 잃은 분위기입니다.
채용비리 의혹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던 그간의 태도와는 달리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내놨습니다.
현직 시중은행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과거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구속 위기에 몰리지는 않았습니다. '신한 사태'의 핵심 인물이었던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불구속 기소되는 데 그쳤습니다.
현직 행장의 구속 사례를 찾으려면 1990년대 대출 커미션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이철수·신광식 제일은행장, 우찬목 조흥은행장 시절까지 거슬러 가야 합니다.
지방은행 가운데는 올해 초 박인규 DGB대구은행장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 됐던 적이 있습니다. 박 행장은 이후 행장직에서 물러났고 전직 행장 신분으로 구속됐습니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지난해 11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사퇴한 뒤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껏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혐의를 강한 어조로 부정해왔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하나은행에서 특혜채용 6건 등 총 13건의 채용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공채 당시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우대'와 사외이사 지인을 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해 합격시킨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며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고 입점 대학과 주요거래 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지난달 금감원 특별검사단의 검사 결과에도 마찬가지 반응이었습니다.
금감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 사퇴의 배경이 된 2013년 채용비리 검사를 통해 함 행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하나은행은 "김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 지원자도 모르고 지원자 부모도 모른다"며 "(함 행장이 추천자로 기재된 지원자도) 함 행장이 추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습니다.
함 행장이 현직을 유지하며 버틴 것도 이 같은 태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함 행장이 구속될 경우 직무해제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2016년도 인사부장을 지낸 강모 하나은행 업무지원본부장도 앞서 구속되며 직무가 해제됐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속된다고 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봐야 한다"며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도 구속되고 자리를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직무해제 가능성을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구속 4개월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함 행장의 공백은 하나은행은 물론 지주사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함 행장은 김 회장 유고 시 직무대행을 맡을 하나금융의 이인자로 꼽힙니다.
마찬가지로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KB국민은행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걸려있는 상황입니다.
윤 회장의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에 들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한 것이 특혜채용 의심 사례로 꼽혔습니다.
그간의 수사상황은 하나은행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검찰은 3월 윤 회장의 자택과 인사담당자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습니다.
또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인사팀장 오모 씨와 HR총괄 상무 권모 씨,
이달 안에 시중은행 채용비리 의혹 조사결과를 합동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하나은행장 구속영장 청구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숨죽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