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으로 1등을 하느니 차라리 안 하겠다'는 지론대로 권력과는 거리를 뒀고, 2008년 금융위기 땐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며 함부로 사람을 자르지 않았다는 회장님.
물론 마지막 가는 길엔 더 좋은 일들이 거론되고 미화되기 마련이죠. 하지만 드물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기업인이기에 우리는 그를 더 추억하게 됩니다.
어제는 이런 일도 있었죠.
KTX 열차에서 한 중년 남성 승객이 좌석에 문제가 있다며 여성 승무원에게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나서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때 '어디서 갑질이냐'며 대신 호통을 친 한 중년 남성 덕에, 결국 부끄러워진 진상 승객은 슬그머니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호통을 친 승객이 김부겸 행자부 장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 장관은 조심스럽게 그 중년 남성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뭐 별스러운 일도 아닌데, 우리가 마음을 뺏긴 이유는 바로 '품격' 때문입니다.
'사람이 된 바탕'인 '품격'.
언제부턴가 우리는 먹고살기 바빠서, 또는 이런저런 이유로 품격이란 단어를 잊고 살았죠. 거기다 갑질과 막말의 바닥을 보여준 재벌가 세 모녀. 또 하루가 멀다 하고 막말을 쏟아내는 정치권까지…. 무엇보다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에게, '품격'은 커녕 평범하게라도 살아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정도가 됐죠.
이런 아쉬운 때,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던 세상을 떠난 큰 기업인과 현직 장관이 보여준 품격은 그래서 더 우리에게 큰 위안과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