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래카메라(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고 피의자가 여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구속 수사에 나섰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최근 중대한 몰카 범죄의 경우 성별 구분 없이 구속 수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일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13일까지 붙잡힌 몰카 피의자 총 1천288명 가운데 남성은 1천23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34명이 구속됐습니다. 여성 중 구속된 피의자는 홍대 몰카 사건 안 모(25) 씨가 유일합니다.
몰카 범죄 사건의 피의자 대부분은 남성이며, 사안이 중대한 경우 구속 수사를 받는 것은 일관적인 추세입니다.
2016년에는 전체 몰카 피의자 4천491명 중 남성이 4천374명이었으며 135명이 구속됐습니다. 지난해에도 몰카 피의자 5천437명 중 남성이 5천271명이었고 119명이 구속됐습니다. 이 기간 몰카 혐의로 입건된 여성 283명 중 구속된 사람은 없습니다.
김 모(32) 씨는 지난달 한 보험회사의 여직원 탈의실에서 구멍 뚫린 쇼핑백 안에 휴대전화를 넣어 몰카를 찍은 혐의로 고소당했고, 경찰은 수사에 나선 지 하루 만에 김 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지난달 28일에는 박 모(23) 씨가 서울의 한 오피스텔 여자화장실에서 칸막이 밑으로 휴대전화를 밀어 넣어 용변을 보던 여성의 모습을 촬영하려다가 발각됐고, 미수에 그쳤으나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됐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구속된 사례도 있습니다. 강 모(34) 씨와 최 모(27·여) 씨 등 4명은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수도권과 강원도의 워터파크, 야외수영장, 스파 등 6곳의 여자 샤워실 내부에 몰카를 설치하고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실형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지난 1일 홍대 회화과 실기 수업에서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올라오고 이를 조롱·비하하는 댓글이 달리자 경찰은 수사 끝에 동료 모델인 안씨의 소행으로 보고 지난 12일 그를 구속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성이 피해자인 대부분 몰카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을 경찰이 빠르게 수사해 피의자를 구속한 것을 두고 편파 수사라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촬영 피해자의 대다수인 여성은 경찰의 이례적인 적극성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비판했고, 18일에는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경찰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가 예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무거우며 유포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경우 구속 수사를 한다는 원칙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영리 목적으로 촬영물을 유포하거나 상습적으로 중요 부위를 촬영한 경우, 공공장소에 침입해 촬영한 경우 등이 구속 대상에 해당합니다.
경찰
정부는 지난해 9월 처벌 수위를 높이고 영리 목적으로 촬영한 경우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성범죄(몰래카메라 등) 피해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해 시행 중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