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마친 뒤 다시 의사면허를 신청만 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지거든요. 면허를 박탈당해도 시험을 다시 치를 필요도 없이 시간만 지나면 또 신청할 수 있으니 어떤 짓을 저질러도 한 번 의사는 영원한 의사, 그야말로 '종신 의사'인 셈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현재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은 의료법상 비윤리적 진료행위를 했을 때 등 제한적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이래서 환자를 강간하거나 살해해도 의사면허를 박탈당하지 않는 거죠. 형사처벌로 선고받은 형을 모두 마치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대부분 현업에 복귀를 합니다.
상당수 선진국들은 의사가 형사범죄를 저지를 경우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직무수행과 관련된 위법행위를 한 의사에게 형사처벌과 별도로 일정 기간 자격을 정지하거나, 아예 영구적으로 자격을 박탈하고 있죠. 미국도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를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의사 못지않게 어렵게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 등 대부분의 전문직들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이 취소되는 법 조항을 두고 있지만, 의사는 예외인 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법에도 형사범죄에 대한 면허 취소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000년 의료계의 로비에 밀려 이 조항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후퇴를 한 거죠. 이후에도 이를 개정하기 위한 노력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쁜 의료계도 의료계지만, 여기에 휘둘리는 국회.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