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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이화여대 교내 ECC 지하 4층에서 발견된 기부봉투와 장바구니. 장바구니 캐리어 안에는 과자, 초콜릿, 피로회복제, 야구점퍼, '82년생 김지영' 책 등이 발견됐다. [사진 = 이화여자대학교 대외협력팀 제공] |
대학가의 기부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돈만 주고받는 것이 아닌 기부자의 의지와 신념이 뚜렷하게 반영되고 방식도 예전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지난 2일 낮 12시 30분쯤 이화여대 교내 ECC 지하 4층에서 '이화여대 덕후가 기부하고 갑니다(현금 495만원+구르마)'라고 적힌 서류봉투와 함께 장바구니 캐리어가 발견됐다. 서류 봉투 안에는 5만원권 99장의 총 495만원이 들어 있었다. 현금 외에 과자, 초콜릿, 피로회복제, 일명 '야잠'으로 불리는 이화여대 야구점퍼, '82년생 김지영' 책 등도 발견됐다.
이날 기부금이 발견된 장소 바로 옆에서는 대외협력처가 주관하는 동창 초청 행사인 '모여라 이화동창'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행사에 참석한 동창이 기부금을 놓고 간 것인지 추측이 일기도 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익명으로 기부하신 분의 뜻을 존중해 어느 분인지 찾지는 않을 계획이며 발견된 기부금을 학생 복지를 위해 쓰는 '이화해피펀드' 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화여대생 이효진 씨(25)는 "이화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재치에 감동받았고, 저도 학교를 위해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많은 이화여대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학교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기부금도 특별하고 의미 있는 곳에 쓰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소 한 마리 기부 역시 눈길을 끈다. 인제대학교 법학과 졸업생 차지현씨는 작년 12월 말 후배들을 위해 돈이 아닌 '소 한 마리'를 건넸다. 인제대학교 측에 따르면 평소 근면 성실했던 차 씨가 후배들에게도 '노력은 미래가 된다'는 마음을 전해주고 싶어 근면과 성실의 상징인 소를 기부하게 됐다는 것이다.
학교에 기부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은행들이 사회 흐름에 맞춘 이색 신탁 상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학교 재단을 통해 일정량의 기부금을 전달하는 형식뿐만 아니라 '유언기부신탁'을 통해 은행에 돈을 맡긴 뒤 일반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위탁자가 사망하면 신탁 잔액을 계약서상 명시해놓은 단체나 학교에 기부하는 방식이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다양해진 기부 문화에 대해 "자기표출에 대한 가치를 높이 사는 사회적, 문화적 트렌드가 기부 문화에 더해지는 것"이라며 "기부 문화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기부가 대중화될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양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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