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구속기소) 측은 첫 재판에서 여배우 신체에 손을 댄 것은 독특한 연기지도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등 1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이날 이 전 감독은 초록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재판부가 그에게 직업을 묻자 "연극연출가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성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6년 12월께 여배우 음부에 손가락을 대고 연기연습을 시켜 이 배우에게 우울증 등의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감독의 변호인은 "안마행위는 오랜 합숙훈련을 하던 중 피곤한 상태에서 일어났는데 공소장에는 강제추행 등 요건을 맞추기 위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갑자기 일어났다고 기재돼 있다"며 "피해자 진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안마연기지도는 피고인(이 전 감독)의 연극에 대한 열정에 따른 독특한 연기지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투 기류를 타고 많은 배우들이 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하고 있는데 연희단거리패 다수 단원들은 피고인의 지도방법에 수긍하고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피해자의 음부 상부에 손을 대서 추행했다는 부분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연극배우가 마이크 없이 발성하기 위해 단전에 힘이 들어가고 복식호흡을 해야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어 '이 부분에 힘을 줘 소리를 내라'고 한 것이고 다른 단원들은 그렇게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감독 측은 공소장에 공소시효가 지난 내용까지 넣고, 피해자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기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1991~2010년 사이에 피해자 15명으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쓰여 있는데 이를 증거자료로 제출할 경우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본말이 전도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명으로 진술이 돼 있어 누가 어떤 진술을 했는지 알 수 없
이에 검찰은 "변호인이 경찰·검찰 조사 단계에서 모두 참석했고, 피고인의 기억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가명으로 기재된 진술이)누군지 다 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달 25일 한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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