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내 업무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경매업무를 맡은 뒤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사망한 법원공무원 박모씨의 부인 도모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26일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인관계 및 가정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던 박씨가 경매 업무 담당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정신과 치료,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그의 정신질환은 새로 맡게 된 업무로 인한 것으로 추론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평소 업무상 실수가 거의 없고 과중한 업무도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는 등 책임감이 강한 성격인 박씨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큰 상실감을 느끼며 자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등 정식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 업무와 사망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형사참여업무를 담당하던 박씨는 민사집행 업무를 한 번쯤 해야 한다는 동료들 조언에 따라 2016년 7월 민사집행과 경매업무로 보직 발령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매 업무는 참여관 1인이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데다 민원인 응대, 금전 업무 등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 법원 내 기피 분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형사재판 참여 업무로 야근이 잦아 경매업무 인수인계를 받거나 관련 내용을 파악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일을 하게 됐다. 이 때문에 그는 퇴근 후에도 경매 공부를 하고 불안감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결국 박씨 요청으로 기타집행사건 접수행
아내 도씨는 공단에 순직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박씨의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도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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