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물러터졌다.'
'무능하고 비상식적인 사법부를 개혁해달라.'
어제부터 인터넷 게시판과 각종 SNS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쏟아진 글들입니다. 8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박 양이 13년으로 감형을 받고, 위치 추적 전자발찌도 부착할 필요가 없게 됐거든요.
핵심은 공동정범이냐 살인 방조냐였습니다.
2심 법원은 1심과 달리 박 양이, 주범 김 양과 같이 살인을 한 게 아니라 살인을 그저 말리지 않은 정도로 판단했습니다. 증거가 부족해 100% 모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살인 방조죄로 대폭 감형을 해준 거죠.
물론 재판부의 판단에 잘잘못을 따질 순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화가 난 건 감형을 해줘서가 아닙니다. 같은 법정인데 아무리 법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해도, 같은 행위를 두고 이렇게 죄명이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 때문입니다.
또한 법에 대한 불신 때문이기도 합니다.
흉악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이를 반영한 법안이 쏟아지지만, 국회에선 심사조차 안되고 폐기되는 일이 수두룩하니 법 논리와 국민 감정이 따로 놀 수 밖에요.
법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런 식으로 모든 죄에 강력한 대응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숨도 쉬지 못할 만큼 고통받는 피해자가 있다면, 그가 이해를 할만한 죄의 대가는 치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의 분노 속엔, 또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다시는 이런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바람이지요. 죄짓는 게 두렵지 않은 이들에게 그럼 처벌이라도 두렵게 만들어달라, 그렇게 해서라도 나와 내 가족, 내 친구가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소망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는 걸 입법부와 사법부 모두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