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식 의견서라도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진술하지 않는 한 직접적인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질병을 과장해 수억원대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기소된 이모씨(55) 등 6명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 등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 관련 있는 어떤 의견을 담은 문서는 '전문증거'로서, 형사소송법상 당연히 증거능력을 갖는 서류에 해당되지 않는 데도 원심은 이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해 법리를 오해했다"고 밝혔다. 전문증거란 직접 진술이 아닌 전해 듣거나 간접 경험한 내용을 진술한 증거를 말한다.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문건의 진위 여부를 밝히면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의견서를 쓴 심평원 관계자가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진술할 경우 적법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1997년 2월~2009년 3월 8개 보험회사에 가입한 뒤 허위로 입원하는 방식으로 보험금 약 3억원을 부당하게 타낸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의 가족도 같은 방식으로 각각 수억원대 보험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재판에서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데도 장기입원을 했다'는 심평원 의견서를 증거로 냈다. 전문증거이긴 하지만 형소법상 상업장부
앞서 1·2심은 검찰이 신청한 심평원 의견서를 증거로 채택해 이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다시 재판을 열어 이 문건에 대해 증거능력을 살피라고 결정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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