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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장애인 스탠드업 코미디언 한기명 씨(25)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서울 홍대입구역 7번 출구에 위치한 코미디 클럽. 이곳에선 매주 목요일 저녁 6시에 일반인들이 참가해 자신의 입담을 펼치는 '오픈마이크' 쇼가 펼쳐진다. 지난 19일 쇼에서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사람은 한기명 씨(25)다. 그는 자신을 '국내 최초 스탠드업 장애 코미디언'이라고 소개했다. 한 씨를 홍대입구역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한씨는 주로 자신의 장애를 개그 소재로 삼는다. 그는 현재 뇌병변장애와 지체장애를 동시에 가진 복합장애인으로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다. 하지만 코미디 쇼에서만큼은 이를 희화화하는 것에 거침이 없다.
이런 그의 당당함에 관객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SNS에서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가 "좀 유명한 장애인"이라는 글과 함께 공유되자 1000명이 넘는 누리꾼들로부터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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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명씨는 매주 목요일 홍대입구역의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진행한다. [사진 제공 = 조태현 포토그래퍼] |
한씨가 개그맨의 꿈을 가진 건 7살 때부터다.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중환자실에서 식물인간으로 반년을 보냈고, 가까스로 깨어나 일반병동으로 옮겨진 이후에도 무기력하게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때 한씨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병실에서 틀어 놓은 '개그콘서트'였다. 한씨는 "그때 개그콘서트가 너무 재밌었다"면서 "나도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개그맨을 꿈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처음 스탠드업 코미디를 도전할 때부터 망설임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개그맨 공채시험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시도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망설였는지 모르겠다"면서 "또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물론 첫 공연부터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첫 공연을 "망쳤다"고 표현했다. 리허설과 달리 실제 공연에서의 긴장감이나 개그 호흡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장애로 인해 손을 사용하기 어려워 대본을 쓰는 것 하나 쉽지 않았다.
그러나 한씨는 이때 영감을 얻었다. 그는 "제가 가진 유일한 핸디캡이 바로 장애였다"면서 "첫 공연 때 했던 아재 개그나 정치 풍자 말고 나만이 다룰 수 있는 장애를 소재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씨에게 "본인의 장애를 개그 소재로 삼는것에 대해 혹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국에서는 흑인이나 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피부색이나 성 정체성, 빈곤 등에 스스로 디스하는 코미디를 한다"라며 "장애를 코미디 소재로 삼는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또 하나의 편견이자 선입견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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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명 씨의 쇼가 마무리 되자 열광하는 관객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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