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처벌했다. 검찰이 인지한 도박 사이트 사건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처벌한 첫 사례다.
지금까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개장 등)이나 형법상 도박장소 개설 혐의로만 처벌해왔다. 해당 혐의로 처벌할 경우에는 선고 형량이 높지 않고, 범죄수익을 박탈하기 어려웠다. 앞으로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면 47조원에 달하는 불법 인터넷도박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범죄수익을 더 쉽게 박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조직폭력배 등 13명을 비롯해 총 73명을 적발해 45명을 도박장소 개설,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이 포탈한 세액은 총 2000억원대에 이른다. 부가가치세 세율이 10%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도박 사이트를 통해 챙긴 범죄 수익은 2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넘기고, 포탈 세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3억3600만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검찰이 기소한 도박 사이트 관련자 중에는 성남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출신인 이모 씨(38) 등 16명이 포함됐다. 국제마피아파는 태국에서 도박 사이트 운영을 위해 고용한 프로그래머 임씨(당시 26세)를 살해해 논란에 휩싸였던 범죄 조직이다. 이 외에도 답십리파, 고흥파, 유성파 등 조직 폭력배 일당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대법원이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포탈하는 경우 처벌이 되며, 세금도 부과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불법도박 행위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할 수 없지만 고객이 도박 사업자에게 지불한 돈이 재화·용역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면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도박장소 개설 혐의 등으로 기소할 경우에는 최대 징역 4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 포탈 액수에 따라 최대 징역 12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또 포탈 세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릴 수 있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에는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과세 처분 및 환수 절차, 벌금 또는 세금 미납시 신체적·경제적 불이익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범죄수익 박탈 효과가 있을 것"
검찰 관계자는 "도박 사이트 수사 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처벌한다면 도박사이트 운영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뿐 아니라 조직폭력배 등이 개입된 지하경제 범죄에도 조세포탈 혐의를 적극 적용해 엄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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