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검찰이 김모씨(48·필명 '드루킹') 등 3명을 구속기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지난 1월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한 사안 뿐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따르면 김씨 등의 공소장에는 1월 17일 밤 10시께부터 이튿날 오전 2시45분까지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결정을 내렸다'는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 댓글에 집중적으로 '공감'을 누른 혐의가 담겼다.
이들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 등 해당 기사에 달린 2개의 댓글에 614개의 네이버 아이디(ID)를 활용해 각각 606번, 609번 '공감' 버튼을 누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김씨 등 2명은 민주당원으로 그동안 온라인에서 친여당 성향의 활동을 주로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아이디는 김씨가 운영하던 온라인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원들 것이라고 한다. 범행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일명 '서유기'로 불린 공범 박모씨가 입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이런 방법으로 네이버 정보처리장치 통계 집계 시스템의 통계자료를 잘못 인식하게 해 네이버 측의 댓글 순위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향후 이들이 정부 비판 성향의 댓글을 집중적으로 추천한 행동의 배경과 다른 공모자 여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김씨 일당에게서 압수한 170여개의 휴대전화 중 검찰에 보낸 133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상대로 한 디지털 증거 분석 등을 통해 과거 김 의원을 비롯한 여권 관계자들과 연계 정황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에 이어 검찰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보수 진영에서 벌인 일처럼 가장해 조작 프로그램을 테스트했다"는 취지로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민주당원들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쪽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친여 활동을 벌이고 나서 '보상' 차원에서 인사 이권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보복 차원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방향의 여론조작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일명 'SNS 기동대'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문 후보 캠프에서 뉴미디어지원단장을 맡았던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당시 SNS 기동대를 운영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서울고법 형사7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비서관(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산·태안 선대위원장)과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소속 차모 보좌관에 대해 각각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SNS 지원단은 문 후보의 정책·유리한 글 등을 직접 전파해 선거운동에 나아갔기 때문에 선거사무소 유사기관을 설치해 이용했다고 할 것"이라며 각각 벌금 2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깼다. 또 "트위터·페이스북 등 파급효과가 큰 SNS 매체를 이용해 선거일 전날까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자료를 집중 전파해 선거에 미친 영향력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비서
[이현정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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