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데이(day) 마케팅’이 관련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연중 3대 기념일에 속하는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에 이어 블랙데이(4월 14일)까지 각종 기념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통업계는 물론이고 제과·외식·프랜차이즈·호텔, 심지어는 패션·뷰티·제약·건설업계 등까지 데이마케팅에 동분서주하는 모양새입니다.
데이마케팅이란 특정일에 의미를 부여한 후 자사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최근에는 정부나 공공기관까지 가세해 데이마케팅을 농산물이나 지역 특산품 판촉에 활용할 정도입니다.
이는 감성을 자극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이마케팅의 효과 때문입니다. 연중 단 하루뿐이지만 실제로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제과의 경우 연간 빼빼로 매출액의 60% 정도가 빼빼로데이(11월 11일) 무렵 발생합니다.
또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매년 11월 11일 진행하는 ‘십일절’의 경우, 지난해 11월 1~11일 거래액이 4천400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11번가가 영업을 시작한 2008년의 1년 거래액 4천200억 원을 가볍게 뛰어넘은 액수입니다.
데이마케팅의 원조 격인 밸런타인데이는 3세기 무렵 로마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청년들을 군대에 보내고자 결혼을 금한 황제의 명을 어기고, 사랑하는 이들의 결혼을 돕다가 2월 14일 순교한 밸런타인 신부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사람들이 이 신부를 기리기 위해 2월 14일에 연인과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세계적인 기념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많은 데이가 생겨나 많을 때는 연간 60여 개에 달할 정도입니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본떠 매달 14일을 기념하는 ‘포틴데이’가 대표적입니다. 포틴데이란 다이어리데이(1월 14일), 블랙데이(4월 14일), 로즈데이(5월 14일), 키스데이(6월 14일), 실버데이(7월 14일), 그린데이(8월 14일), 포토데이(9월 14일), 와인데이(10월 14일), 무비데이(11월 14일), 머니데이(12월 14일)를 가리킵니다.
그밖에 찜질방데이(1월 19일), 인삼데이(2월 23일), 삼겹살데이(3월 3일), 클로버데이(4월 4일), 오이데이(5월 2일), 고기데이(6월 6일), 추어탕데이(7월 5일), 라면데이(8월 8일), 닭고기데이(9월 9일), 애플데이(10월 24일), 가래떡데이(11월 11일), 허그데이(12월 12일) 등 수많은 데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가 늘어날수록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증가합니다. 어려운 농가를 돕거나 시장을 활성화하는 취지도 있지만, 대개는 지나친 상술에 불만이 많습니다. 고가의 선물을 사도록 부추겨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정체가 불분명한 데이 때문에 기념일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화이트데입니다. 이날은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고백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1970년대 말 일본 제과업체가 매출 증진과 재고 처리를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지 않지만 유독 일본과 한국만 예외입니다.
재고 탓에 품질에 이상이 생기거나 과대 포장으로 바가지를 씌우는 등의 잡음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빼빼로데이의 경우는 하루 전날인 11월 10일 서울지역 일부 이마트와 홈플러스, 편의점 등에서 평소 1천500원 정도에 파는 빼빼로를 1.5~2배가량 비싸게 팔아 빈축을 샀습니다. 가격은 유지하되 이벤트용으로 만들며 용량을 줄이거나 포장만 요란한 제품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데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실패하는 데이마케팅도 이어집니다. 빼빼로데이의 성공으로 경쟁 업체들이 초코파이데이(10월 10일), 에이스데이(10월 31일), 고래밥데이(12월 12일) 등을 만들었지만 소비자들의 비판 속에 사라진 게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데이마케팅을 축소하거나 사회공헌 활동, 신제품 개발 등으로 대체하려는 업체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는 데이마케팅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과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감하기 힘든 데이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크다”며 “그럼에도 데이마케팅 특수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데이마케팅이 ‘독이 든 성배’나
업체들은 의미 없는 데이와 마케팅으로 국민들의 건전한 소비생활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고, 소비자들은 상술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소비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