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붙잡힌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면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항소7부(김종수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47)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6시 20분께 투숙하던 부산의 한 호텔 8층 창문에서 투신 소동을 벌였다. 출동한 경찰은 A 씨 말과 행동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해 정신치료를 위해 가족에게 인계하려고 지구대로 임의동행했다.
경찰은 이후 호텔 종업원이 A 씨가 묵었던 방에서 발견한 일회용 주사기를 근거로 지구대에 있던 A 씨를 마약투약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은 A 씨 소변과 머리카락을 간이시약 검사해 양성반응이 나오자 검찰에 송치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마약을 투약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A 씨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이 현행범 체포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 씨 호텔 방에서 발견된 주사기에서 마약인 메스암페타민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현행범이 아니라고 봤다. 형사소송법에는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범행을 방금 끝마친 자를 현행범으로 규정한다.
재판부는 경찰이 범행 장소인 호텔에서 A 씨를 데리고 나와 20분이나 지난 뒤 지구대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방금 마약을 투약했다는 증거가 명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위법이라고
재판부는 "위법하게 체포된 A 씨가 경찰에 제출한 소변과 모발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고 이를 감정한 2차 증거인 마약 감식보고서 또한 유죄 인정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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