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세탁소는 손님이 직접 빨랫감을 가지고 가서 세탁·탈수·건조까지 마치는 곳이다. 일반 세탁소보다 저렴하고 어느 때나 이용할 수 있어 자취생을 포함한 1인 가구에게 인기가 좋다. 셀프세탁소는 드라이한 분위기로 현대 사회 개인주의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홍콩의 셀프세탁소는 특별하다. 그윽한 커피 향과 갓 구운 패이스트리, 한 구석에서 책장을 넘기는 손님까지. 카페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잔잔한 뉴에이지 음악이 규칙적인 세탁음과 합쳐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효과를 내고 몇몇 동네 단골들은 오손도손 담소를 나눈다. 셀프세탁소인 'Coffee&Laundry(커피와 세탁)'에서는 동네 음악회가 열린 적도 있다.
↑ 홍콩 셩완 Coffe & Laundry 매장에서 열린 음악회 현장 [사진 = Coffee & Laundry 페이스북]
그렇다면 왜 셀프세탁소가 카페가 된 걸까? 바로 주택난 때문이다. 1980년대 중국경제개방·금융센터설립 등으로 부유해진 홍콩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018년 2월 기준 소득 대비 집값 세계 3위로 16.5㎡(5평)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2억2500만원 수준이다. 홍콩 도시 건축 담당 부처에 따르면 2013년 홍콩 신축 아파트 평균 면적은 39㎡였지만 2017년 32.8㎡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 도시 소득 대비 집값 배율 3위 홍콩 [그래픽=이지연인턴기자]
시민들은 점점 더 작은 집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소형 세탁기를 놓을 공간이 없어지면서 일반·셀프 세탁소가 늘어났다. 처음엔 세탁물을 맡기고 다되면 찾아가는 일반 세탁 서비스 업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세탁 완료까지 최소 3일에서 5일 이상 걸려 불편했다고 한다. 2014년 처음으로 셀프세탁소가 생겼고 올해 초에는 180개 이상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지엔샹 황 홍콩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홍콩의 셀프세탁소가 과거 가구별로 모여 빨래하던 '집단 세탁 문화'를 닮아가고 있다"라며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사회화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세탁소가 바꾸고 있다"라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 제임스 로가 제안한 수도관 아파트 [사진 = James Law Cybertecture 공식홈페이지]
한편 홍콩의 심각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건축가 제임스 로는 지난해 12월 홍콩 디자인 박람회에서 9.92㎡(3평)짜리 '수도관 아파트'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름 2.1m 콘크리트 수도관 2개를 연결한 원룸인데 부엌·침대·책상·화장실 등 주택 기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홍콩 컨테이너 항구를 고층 아파트로 개조하거나 남해안 바다에 대규모 인공섬을 조성해 유람선 주택을 짓자는 제안도 등장했다.
[디지털뉴스국 신경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