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폐비닐 대란'의 후속 대책으로 편의점·약국 등에서 공짜로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단속에 나서자 현장에서는 걱정스런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주인은 "비닐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비닐봉투를 20원에 제공하려고 하면 일부 손님들의 경우 막무가내로 그냥 달라고 소리지르는 경우도 있어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카드로 결제할 때는 20원 추가하는 게 별일 아니지만, 현금으로 주로 계산하는 나이드신 분들의 경우 비닐봉투에 20원을 내고 거스름돈 받아가는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종로구에 있는 한 약국의 약사는 "무료로 비닐봉투를 제공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찍는 파파라치가 있다는 소문도 있다"며 "우리 가게는 비닐봉투가 아닌 종이 봉투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북구 아파트단지 내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한 직원 역시 "종종 단골 어르신들이 왜 봉투값 까지 지불해야 하냐고 투정을 부리는 경우는 있지만, 과태료가 적혀 있는 구청 안내문을 보여주면 대부분이 수긍하고 값을 지불한다"며 "지난해 구청 안내문이 붙여진 이후, 비닐 봉투를 구매하는 고객이 많이 줄고 대신 박스로 물품을 나르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6일 서울시는 이달 중 편의점·약국 등 가게 넓이가 33㎡를 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일회용 비닐봉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적발 시 점주는 5만∼3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또 대형 유통센터·백화점·서점·제과협회 등을 대상으로 비닐봉지 사용을 억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부득이한 경우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나 재사용 종이상자를 이용해 달라고 홍보해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비닐봉투 무료 제공에 대한 과태료가 너무 높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종로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편의점 주인이 아무리 교육해도 아르바이트생이 손님 성화에 못이겨 비닐봉투를 무료로 줄 수 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꼼짝없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건 좀 억울하다"며 "비닐봉투 무상 제공을 단속하는 것도 좋지만, 가게에서 손님에게 내놓을 수 있는 대안도 같이 제시해줄 수 없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서점·백화점의 경우는 이미 비닐 봉투 사용을 자제하고 있어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화문 K문고점 계산대 직원들은 손님이 계산할 때 "봉투를 100원에 구매하시겠어요?"란 질문을 하지만, 막상 파는 봉투는 20원짜리 비닐 봉투가 아닌 종이 봉투다. 백화점의 경우 비닐봉투를 사용하는 매장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비닐봉투 무상 제공을 줄여나가야 하는 건 맞지만, 동시에 상인들에게 유인책을 제공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폐비닐 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수연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서울시의 이번 단속은 어느정도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비닐 전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가령 과대포장을 줄이는 등 자원순환 사이클인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비닐
최영수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장도 "폐비닐류 수거 중단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될 우려가 있으므로 수집·운반업체, 선별업체에 대한 면밀한 실태파악을 통해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제관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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