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신고 현황입니다. 주로 서울 강남에 있는 고가의 아파트들인데,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신고된 거죠.
특히 부동산 정책에 관여한 고위 공직자 다섯 명의 아파트값 합계는 시세가 76억 원에 달하지만, 신고액은 그 절반 수준인 40억 원 정도….
왜 이런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냐고요?
공직자들이 재산을 신고할 때 공시가격이나 실거래가격,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보니 굳이 높은 실거래 가격으로 신고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합법적으로 최대한 재산을 적어 보이게 하고, 실제로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매기니 그만큼 세금도 적게 내는 거죠.
참여연대가 조사한 지난해 전국 아파트 공시가격은 실거래의 67%밖에 안 됐는데, 특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이른바 부자 동네의 공시가격 반영률은 전국 평균은 물론 서울에서도 가장 낮았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 때 집값이 제일 많이 뛴 강남 아파트가 재산세 등 보유세를 더 적게 내는 겁니다.
공시가격은 과세 기준일 뿐 아니라 복지와 부담금 등 각종 행정 목적으로도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인데, 이렇게 엉터리로 책정되다니요.
뛰는 집값과 투기를 잡겠다며 정부가 어제부터 양도세 중과세 제도를 다시 시행했고, 하반기엔 보유세 인상 방안도 논의한다고 하죠.
그런데 세율 올리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게 있습니다.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부터 현실에 맞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바로 잡는 일입니다. 모래에 쌓은 성이 쉽게 무너지듯, 기초가 탄탄해야 정책의 효과도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