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중 미세먼지가 '중국산'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나왔다. 중국이 춘절(설날)기간 터뜨린 폭죽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국내로 유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동안 심증에 그쳤던 중국발 오염물질의 직접적인 물증이 제시됐다.
20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은 중국발 오염물질이 국내에 흘러 들어와 초미세먼지 농도를 '나쁨(51-100μg/m³)'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작년 춘절 연휴기간이었던 1월 28~30일 한국 전역을 뒤덮은 초미세먼지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중국 현지 불꽃놀이에 사용된 폭죽이 미세먼지의 주요 구성성분으로 확인된 것이다.
중국은 매년 새해 나쁜 운을 쫓는 액땜을 위해 춘절 기간 불꽃놀이를 하는데, 이 때 사용하는 다량의 폭죽은 중국 내에서도 이슈가 될 정도로 많은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지름 2.5 ㎛(마이크로미터)이하의 먼지를 뜻하는 초미세먼지는 일반 미세먼지의 4분의 1로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기관지에서 잘 걸러지지 않고 체내에 쌓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춘절 기간이던 지난해 1월 30일 새벽 한반도 대기중 초미세먼지를 포집했더니 칼륨의 농도가 평소보다 약 7~8배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령도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관측됐다.
물론 칼륨이 폭죽의 화약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반 땔감이나 농작물 등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도 발생한다. 그러나 소각활동을 할 때는 칼륨뿐 아니라 또 다른 성분인 레보글루코산도 발생하는 데 반해 폭죽을 터뜨릴 때는 레보글루코산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7년 1월말 중국 춘절이 시작된 뒤 한반도 대기에는 칼륨 농도만 급격히 높아졌을 뿐, 레보글루코산 농도엔 변함이 없었다. 정진상 표준연 가스분석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레보글루코산 농도가 같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은 칼륨 농도 증가의 원인이 폭죽이라는 증거"라며 "한국에서는 설 연휴에 중국처럼 불꽃놀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어디서 왔는지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한국 대기중 미세먼지가 중국 대륙에서 장거리 이동해온 것을 밝히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미세먼지 원산지임을 줄기차게 부인해 왔고, 양국 대기중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이 대체로 비슷해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양국의 산업구조가 비슷한 탓이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었던 것이다. 국내 연구진도 위성에서 관측하거나 대기 흐름 분석, 대기질 모델링 등을 통해 중국발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 온다고 짐작만 할 뿐 실제 화학적 조성에서 '중국산'을 식별해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연구팀은 중국과 한국의 오염물질을 구별하기에 춘절에 터뜨린 화약이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3~4년간 대기중 칼륨과 레보글루코산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했고, 초미세먼지의 발생지를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인 편집장들을 통과하지 못해 국제학술지 발표에 한 차례 고배를 마셨으나 '대기환경' 학술지 4월호에 실리게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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