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출판기념회는 공직 후보자가 자신의 비전과 가치관을 유권자에게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횝니다. 하지만 그건 듣기 좋은 명분일 뿐.
아시죠? 실제론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의 편법적 정치자금 모금 창구가 된 지 오래됐다는 거요.
정가가 있지만 책값으로 건넨 봉투 속에 얼마가 들었는지 알 수 없고, 구매 권수에 제한도 없으니 원하면 한 사람이 수십 수백 권의 책을 살 수도 있죠. 거기에 영수증도 발급하지 않지요,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은 정치자금에 해당되지 않으니 회계처리할 필요도 없지요. 사실 출판기념회를 안 하면 손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폐해가 반복되자 결국 지난 19대 국회에서 책의 정가 이상을 받지 못하게 하고 정치자금으로 규제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던 거죠. 국회의원들의 외면으로 법안은 19대 국회와 함께 자동폐기됐고 이후에도 바뀐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명목상으론 책을 주고 돈을 받으니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는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조차도 출판기념회 앞에선 속수무책입니다.
이런 출판기념회가 그저 민폐로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불투명한 돈거래에는 늘 부정부패의 싹이 트기 마련이죠. 그런데도 우린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지자체장과 의원들에게 그런 검은돈 거래를 합법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 손으로는 도저히 못 달겠다는 거니, 누가 정치인들 목에 대신 방울을 달아줄 수는 없을까요.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