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유명 연출가와 배우들의 성폭력 사건들이 까발려지며 공연계는 관객들의 항의와 환불 요청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취소 직전이며 관객들이 보기 불편할 수 있는 극 장면들은 수정 중입니다.
국공립단체와 극장들도 성폭력 관련 지침과 제도를 부랴부랴 만들고 있습니다.
◇ '미투' 가해자 공연 관람 취소…극 내용 수정
관객들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공연계 성폭력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예매 취소나 항의 등의 방식을 통해 적극 표출 중입니다.
최근 성추문이 불거진 윤호진 에이콤 대표의 뮤지컬 '명성황후'의 경우 관람 취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오는 8일 단체관람이 예정됐던 서울YWCA는 공연을 코앞에 두고 예매를 취소했습니다.
서울YWCA는 "성폭력 관련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위드유' 운동에 동참하는 뜻"이라며 "고심 끝에 공연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 부득이하게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표가 오는 12월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던 위안부 소재 뮤지컬 '웬즈데이'도 제작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입니다.
남산예술센터는 학생 성추행 주장이 제기된 한명구 배우가 출연 예정이었던 연극 '에어콘 없는 방'의 공연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남산예술센터 측은 "배우를 교체해 공연을 강행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작을 중단하고 지난 제작 과정에 발생한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하는 일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한껏 높아진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고려해 극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잦아졌습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제작사인 오디컴퍼니는 오는 4월 12일부터 진행되는 국내 8번째 공연부터 여주인공이 집단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여주인공 '알돈자'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이 장면은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하곤 했습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오랫동안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장면이라 연출자와 상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삼총사'도 여자를 좋아하는 마초로 표현되던 '포르토스' 캐릭터를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왕용범 연출은 "10년 전에는 어떤 전형성을 가진 인물처럼 보였는데 다시 보니 비호감 캐릭터로 느껴졌다"며 "여자를 밝히는 것을 '남자다움'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 것보다는 힘을 더 강조하거나 우악스러움 안에 감춰진 연약함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남성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만시지탄'이라도…극장·예술단체, 계약서 보완 등 대책 마련
성폭력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는 중인 공연계는 국공립단체와 극장들을 중심으로 뒤늦게나마 성범죄 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국립극단은 폭력·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 보완책으로 협업 배우와 스태프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신고·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도 성범죄 예방 교육 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으며 세종문화회관은 올해부터 성희롱신고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한예종은 김석만 전 연극원 교수에 이어 박재동 영상원 교수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조속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예술단은 "오는 27일 개막하는 뮤지컬 '신과 함께'와 관련한 계약서부터 성폭력 관련 조항이 추가됐다"며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계약 해지 조항이 명문화됐고, 당사자에 대한 징계도 파면 등으로 대폭 강화된다"고 밝혔습니다.
두산아트센터는 지난해 말부터 기존에 진행하던 안전교육 외에 성희롱 예방과 인권·차별 관련 내용을 추가해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센터 자체 기획공연의 경우 배우나 제작진의 성희롱 예방과 인권 교육, 차별금지 교육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 문제 발생 시 조사 절차와 책임을 묻는 문제 등을 계약서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