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폭로인 '미투' 운동이 그칠 줄 모르고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조계와 문화계, 공직사회, 종교계, 대학가 등 해당되지 않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인데요.
뉴스추적, 사회부 김한준 기자와 함께 이런 들불 같은 미투 현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질문1 】
김 기자, 자고 나면 하루에 몇개씩 계속 새로운 게 나오고 있어요. 이제는 초중고교까지 번지는 모양샙니다. 청소년들에게까지 이런 일이 적지 않았다니 좀 충격적이네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학창 시절에 당한 성폭력 제보들이 최근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얼마 전 생긴 '스쿨미투'라는 SNS페이지를 보시겠습니다.
학교에서의 성폭력 피해 제보를 받는 곳인데, 보시는 것처럼 몇 시간에 한번 꼴로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만 소개를 하면, 2013년 외고 졸업생이라는 한 폭로자는 당시 학생부장이 대놓고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수차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000년 고등학교 1학년이였다는 한 폭로자는 선생님이 밤에 전화해 "오빠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전화를 끊지 않겠다고 사실상 협박했다고 폭로했습니다.
【 질문2 】
올바른 교육이 이뤄져야 할 학교에서까지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 기자 】
보통 이런 성폭력은 절대적인 권위가 있는 집단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요즘은 좀 덜하다고는 하지만, 제가 학교에 다니던 1980~90년대만 하더라도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정말 큰 권위를 갖고 있었죠.
권력으로 밑의 사람을 사실상 '지배하는' 문화에선 힘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폭로되는 학교발 미투의 상당수가 수년 전, 길게는 수십년 전의 일이라는 게 그 방증이죠.
지금 미투 폭로가 집중되는 분야를 살펴봐도 상하 관계가 엄격한 법조계나 공직사회, 도제 시스템이 강한 문화예술계가 많죠. 같은 측면에서 볼 수 있겠습니다.
【 질문3 】
용기를 내 사실을 밝혔지만, 주위의 도움은커녕 피해자의 주장을 비난하는 이른바 2차 가해도 문제 아닙니까.
【 기자 】
유달리 성범죄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한몫 하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강도를 당했거나 폭행을 당했을때 "너가 잘 못해서 당한거다"라는 말 안 하죠.
그런데 유독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꽃뱀 아니냐", "서로 좋아했다" 등의 편향된 접근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성범죄를 당해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비난하는 이런 식의 2차 가해가 보고되고 있는데요.
이런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에선 성범죄 재판의 경우 피해자의 과거 성적인 자료 같은 것은 아예 증거로 채택을 안 하고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필요가 있는 부분입니다.
【 질문4 】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일이 수십년간 사회 전반에서 자행됐는데도 지금까지 우리 대다수가 침묵하고 있었다는 거 아닐까요?
【 기자 】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으로 무관심하거나 "굳이 제3자인 내가 나서봤자 해결될 리도 없고 나만 피곤해진다"는 귀찮은 마음, 더 나아가선 "괜히 분란이 일어나면 조직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내왔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요즘 들어 '침묵의 카르텔'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이런 침묵의 카르텔이란 토양에서 이런 범죄가 더 자랐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와 관련한 범죄심리학자의 분석을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권일용 / 전 경찰청 프로파일러
- "방관하는 사람들도 다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자기가 (나서서) 드러내지 못하는 것 자체가 자기 (조직에서의 성공)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희생하게 되는 이런 연결고리를…."
【 질문5 】
마지막으로, 미투운동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 기자 】
조금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무의식적인 성폭력 관행을 뿌리뽑는 방향으로 가야 할 거 같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흔히 발생하는 러브샷, 노래방에서의 음주가무, 별 생각없이 하는 성차별적인 언행들이 우선 개선돼야겠죠.
그리고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 피해자와 해당 조직으로부터의 격리,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까지 시작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 앵커멘트 】
이번 미투운동을 일회성 운동으로 끝내지 않고 우리 사회의 의식을 바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거든요.
지금까지 사회부 김한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