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체제 아래 재화나 서비스를 '소유'했던 지난날과 달리 최근에는 '공유와 대여'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공유자전거 '따릉이'는 2만대 보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경기도 고양시의 '피프틴', 안산시의 '페달로', 수원시 '모바이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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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품과 부품이 전시되어있는 3층 전경 [사진 = 신경희 인턴기자] |
이 같은 공유자전거 붐은 기존 자전거 업체들에게는 타격이다. 특히 공유경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밀레니얼(1980~2000년생) 세대에게 자전거를 팔기 어려운 상황인 것.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1위 삼천리 자전거는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어라운드3000(AROUND3000)'을 지난 2016년 오픈하고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일반 매장에서 보기 힘든 로드, MTB, 전기자전거 등 최고급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가상 라이딩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에게 자전거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다가오는 봄을 앞두고 출사를 기다리는 자전거족을 대신해 지난 27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어라운드3000'을 직접 방문했다. 1층은 일반 삼천리 매장과 비슷했다. 몇몇 손님들이 자전거 수리를 받거나 제품 설명을 듣고 있었다. 2층과 3층에는 첼로, 리들리, GT 등 최고 3000만원까지 가격이 나가는 중고급자용 제품이 전시돼있었다. 4층은 자전거 용품·부품 해부실 같았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자전거를 타기 위해 '조립형 자전거'를 제작하는 바이크 선수나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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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크 피팅 프로그램 (Bike Fitting Program) [사진 = 신경희 인턴기자] |
매장을 전반적으로 둘러본 후 2층에서 '자전거용 신체 치수 측정(Bike Fitting Program)'을 해봤다. 맞춤 정장을 주문할 때처럼 어깨너비, 목·팔·발·다리 길이를 세부적으로 수치화했다. 이 작업을 통해 측정자 신체에 가장 이상적인 자전거 구조를 구현해낼 수 있다. 페달의 크기, 안장과 핸들의 높이, 본체(프레임) 크기를 측정된 결과에 따라 조율할 수 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이클링을 위한 초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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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 치수 측정 후 모의 주행 [사진 = 신경희 인턴기자] |
시연 직원이 측정 수치를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브랜드별 추천 기종이 나왔다. 기자가 추천받은 기종은 Cello사의 440번 모델이었다. 앞쪽에는 시연용 자전거 한 대가 있었고 이를 기자의 신체 치수에 맞춰 타볼 수 있었다. 직접 올라타 자세의 편안함을 확인해보니 기존 자전거를 탈 때보다 어깨가 덜 경직되고 전면을 응시하기 편한 느낌이 들었다. 페달을 밟자 모니터에는 페달링 효율과 양발의 출력 강도가 표시됐다. 시연을 도와준 삼천리 자전거 관계자는 "자전거 신체 치수를 측정해서 좋은 점은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기성품을 똑똑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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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운드 3000의 즈위프트 체험존 [사진 = 신경희 인턴기자] |
어라운드 3000만의 특별함은 지하 1층 '즈위프트 체험존(ZWIFT Zone)'에 있다. 즈위프트 체험존은 날씨·계절에 관계없이 가상 사이클링을 즐길 수 있는 실내 자전거 게임장이다. 즈위프트 체험존은 2시간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며 하루 전까지 유선으로 예약하면 된다. 게임을 위해 실제 자전거가 필요한데 기자는 자전거를 지참하지 않아 비치된 것을 사용했다. 주행이 시작되자 스크린의 캐릭터가 실제 페달을 밟는 속도에 따라 움직였다. 페달이 뻑뻑하다고 말하자 직원이 기어를 변경하는 법과 속도를 내는 법을 알려줬다. 주행감은 일반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때와 차이가 없었다. 자동차나 사람 등 장애물을 피해야 할 걱정이 없어 오히려 안도감까지 느껴졌다. 5분 정도 규칙적으로 페달을 밟자 가속도가 붙었고 양 발의 균형 감각과 강도 차이가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보였다. 주행 후에는 운동 패턴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체험이 끝난 뒤엔 샤워실과 탈의실도 이용할 수 있었다.
삼천리 자전거 관계자는 "최근 애슬레틱(운동경기)과 레저(여가)의 합성어인 '애슬레저' 트렌드가 인기를 얻으면서 레저스포츠업계는 체험형 매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며 "어라운드 3000 운영을 통해 적극적이고 생
동감 넘치는 소비자 경험 제공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지만 저녁 시간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스포츠 큐레이팅(Sport Curating)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신경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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