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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 각 부문을 위 질문 중심으로 채운다, (오른쪽 위) 위트릭스를 채우는 모습. (아래) 각 사건에 대한 감정과 중요도를 표시한 후 연결한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요즘 취업 준비를 하며 자기소개서를 쓰던 중 단 3시간이면 내 인생을 정리·조망할 수 있다는 '자아 성찰 워크숍'이 있다고 해 솔깃했다. 이 워크숍을 주관하는 '인생도서관'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도서관처럼 축적·정리·연결하는 플랫폼이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단 건지 의구심도 들었다. 그래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인생도서관에 지난 25일 직접 가 워크숍에 참여해봤다.
매주 일요일에 주로 열리는 자아 성찰 워크숍은 3시간에 3만3000원이다. 수입이 없는 학생이라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아늑한 북카페로 꾸며진 인생도서관에 들어가니 먼저 온 사람들은 서먹하게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주로 혼자 온 사람들이었지만 연인·자매도 있었다. 이날 참여한 사람은 총 14명이었다.
참가자는 대부분 20대 젊은이들이었지만 자식들을 다 키운 60대 여성 김 모 씨도 있었다. 김 씨와 20대 중반 자매 한 쌍, 그리고 퇴직 한 20대 후반 여성인 박 모 씨 등 인턴기자를 포함해 총 5명이 한 조가 됐다.
자아 성찰 워크숍에 참가한 이유는 다양했다. 전직 교사이자 현재 교육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과연 이 워크숍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궁금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박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서"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4~5명으로 된 각 조별로 '위트릭스(WE:TRIX)'와 형형색색 스티커를 받았다. 위트릭스는 ▲내 정보 ▲공간 ▲사람 ▲라이프스타일 ▲이슈 ▲일 등 6가지 부문과 연도로 나뉜 표다. 사람들은 각자 스티커에 각 부문과 관련된 사건이나 사람 등을 적어 위트릭스에 연도별로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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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위트릭스. [사진 = 김민지 인턴기자] |
위트릭스는 인생도서관 대표인 아키 씨(본명 김우성)가 개발했다. 아키 씨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위트릭스는 마치 건물을 짓는 것처럼 큰 뼈대에 벽돌을 채워 넣는 느낌이었다.
이 작업이 끝난 후 각 사건에 대한 감정(긍정적·부정적)과 중요도를 표시하고 사건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았다.
인턴기자는 위트릭스에 2018년 현재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장소'로 '화장대'를 적었다. 단순히 내가 화장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위트릭스에서 그 원인을 찾아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기숙사와 셰어하우스를 전전하며 친구들과 함께 산 탓에 개인 공간이 없어서 유일한 '나만의 공간'인 화장대에 집착하는 것이었다. 개인 공간의 결핍은 "빨리 안정된 직장을 갖고 돈을 벌고싶다"는 스트레스와도 관계가 있었다.
모두의 인생이 위트릭스 안에 정리되자 올해 60세인 김 씨의 30~40대가 텅 빈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의 10~20대 시절은 스티커가 빼곡했지만 결혼 후엔 아무것도 없었다. 결혼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 씨는 "미국에 유학을 갔다가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하던 일을 그만뒀다"며 "그게 이 위트릭스에 그대로 나타나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또 여동생과 함께 워크숍을 찾은 20대 여성 황 모 씨는 '사람' 부문엔 스티커가 많았지만 '라이프스타일'과 '내 정보' 부문은 휑했다. 그는 "나보다 다른 사람을 중시하는 내 성격이 여기서 드러난 것 같다"며 "앞으론 좀 더 내 위주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인생에 관해 얘기하다 보니 워크숍이 끝났다.
아쉬운 점은 짧은 시간이였다. 인생전반을 성찰하기에는 3시간이라는 시간은 짧았다. 그래서인지 워크숍도 촉박하게 진행되는 모습이였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더 깊은 내면을 성
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삶을 정리하고 계획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생각하거나 글로 적는 것보단 훨씬 깔끔하고 체계적이다. 또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디지털뉴스국 김민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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