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전방위 확산하면서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도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조교나 학생을 상대로 한 교수들의 성폭력 등 '갑질'은 예전부터 대학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습니다. 여기에 최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문화예술인 중 대학 교수들이 포함됨에 따라 이같은 폭로가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할지 주목됩니다.
각 대학 온라인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에는 최근 이어지는 미투 폭로를 언급하며 자신이 경험 또는 목격한 교수들의 성폭력을 이야기하고, 학교와 총학생회 등의 엄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글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사진작가 배병우 씨가 재직했던 서울예대 대나무숲에는 "미투 운동을 보면 ○○○과의 ○○○교수님도 해당되시던데 학교는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당장 1학기 제작이 곧 시작하고 거기에 ○○○교수님 제작도 포함돼 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설마 전부 침묵하고 하던 대로 쉬쉬하며 진행하실 것인가"라며 "적어도 아직 믿고 있는, 믿고 싶은 다른 교수님들의 외침을 듣고 싶다. 해당 학과뿐 아니라 대의원, 총학 측도 묵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썼습니다.
서울예대의 또 다른 학생은 "이 상태로 방관하면 '성추행, 성희롱이 일어나는 꼴통 학교'가 될 것"이라며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 측에서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다 같이 시위하자"며 학생들의 공동행동을 제안했습니다.
다른 학생도 "이 정도 구조적 피해라면 예대 전체의 문제로 우리가 앞장설 수 없을까"라며 "학회, 대나무숲, 대의원, 동아리연합회, 피해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우들과 응원하는 교직원 모두 일정을 잡아 함께 만나자"고 촉구했습니다.
한양대 대나무숲에는 '앞으로도 계속 공연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학생이 글을 올려 "내 동기와 선배, 후배가 말도 못할 만큼의 일들을 마주했을 것"이라며 "나 역시 피해자이고 가해자였다"고 토로했습니다.
세종대 대나무숲에 글을 올린 한 졸업 예정자는 "강사가 학생들에게 성희롱하듯 말하고 우리를 애인, 노예쯤으로 여기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피해자가 더 상처받고 분란만 생기는 모습이 답답해 이렇게 말한다"고 썼습니다.
이처럼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집단행동 조짐까지 감지되지만, 교수-학생 간 분명한 위계가 존재하는 대학사회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를 겪고도 불이익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학생도 상당수일 것으로 보입니다.
신정욱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사무국장은 25일 "교수-학생 관계에서 교수 권한이 너무 많다"며 "교수가 논문심사 권한뿐 아니라 장학금과 조교 인사권도 사실상 갖고 있으므로 성폭력을 당해도 정면으로 맞서기가 매우
신 국장은 "특히 지도교수를 쉽사리 바꿀 수 없는 학교도 많고, 성폭력 등을 가한 교수가 학내에서뿐 아니라 학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해 학생은 학계 전체에서도 매장될 수 있다"며 "아직 일부 대학만 도입하고 있는 지도교수 자율선택제를 더 확대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