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이윤택 씨를 빗댄 내부고발자의 말입니다. 존경받는 연출가로, 연극계의 거물인 줄로만 알고 존경했던 우리는 정말 충격이었죠.
그런데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었죠.
누구는 그 어떤 변명도 사과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고, 성추행 사실에 대해 공개사과를하는 것도 총연습을 했으며, 억울하다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폭로가 이어지자 수사를 받겠다고 한 이도 있습니다.
이들은 그 세계에서 이른바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왕 노릇을 해왔습니다. 관행이란 이름의 법은, 실정법 위에 있었습니다. 스승이나 선배의 말을 거부한다면 삶은 그대로 파탄 났습니다.
스승이나 선배라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그 법을 더 단단히 만들었고, 그 법을 집행했으며,
자신들에게 들고일어나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형벌을 내렸죠.
그리고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었죠.
바로 방조자들입니다. 잘못을 알고도, 보고도, 눈을 감고 입을 닫아버린 이들. 자신이 밉보일까 봐, 조직에서 소외될까 봐 동료에게 가해진 만행을 애써 외면해 버렸습니다.
1986년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발사 당시 계절 결함을 눈치 챈 연구원들이 두 차례나 연기를 요청했지만, 상사들은 번번이 의견을 무시했습니다.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기에 연구원들은 입을 다물어버렸고, 그 결과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폭발해 버렸죠.
괴물, 그들은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눈앞에 들이밀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괴물들은 나의 침묵을 자양분으로 빨아들이며 사회 깊숙이 그 뿌리를 뻗어 왔고, 앞으로도 또 그럴 겁니다.
내 딸, 내 손녀가 악의 뿌리에 감겨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이제는 내가,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뉴스초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