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작년 7월 취임 이후 야심차게 출범시킨 '성평등 문화확산 태스크포스(TF)'가 6개월 간의 활동을 마치고 그 결과물로 '10대 과제'를 내놨다. 성평등 교육과 미디어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춘 내용들이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관념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성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 여성혐오 문화와 성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며 출범한 TF인데, 당장 피해를 줄이거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0일 여성가족부는 작년 9월 구성한 민관 합동 '성평등 문화 확산 TF'의 활동을 마무리하며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TF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터져 나온 성희롱과 성폭력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뿌리 깊은 성차별적 사회인식과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교육과 미디어의 순기능 회복이 절실한 과제"라며 '성평등 교육'과 '성평등한 미디어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둔 실행 과제를 제시했다.
10대 과제 중 주요 내용은 △교과목 성평등 내용 강화 △교과서 성평등성 모니터링 강화 △예비교사 대상 성평등 의식 제고 △인터넷 개인방송 등 다양한 형태의 1인 미디어 자율 규제 및 성형·외모 관련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및 담당수사관 성인지 감수성 제고 등이다.
앞서 정 장관은 작년 7월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성혐오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건 더이상 여가부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TF를 구성해 국민이 대체로 납득할 수 있는 여가부의 역할과 성평등 관념을 만들고 이를 확산하려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출범한 것이 바로 이 TF다.
TF에는 주요 여성단체, 문화평론가, 교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작년 9월부터 6개월 간 6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로 '10대 과제'를 만들었다.
문제는 "꾸준한 교육과 올바른 미디어 환경 조성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결론이 너무 당위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 동안 여가부의 기존 정책들, 정 장관이 앞서 '소극적 대처'라고 표현했던 정책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여성혐오와 성폭력 피해를 줄이겠다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안들은 빠져있는 데다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보다 실질적인 대책들도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단체 회원은 "정부가 전문가들과 6개월 동안이나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는 결과물이 전부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며 "당장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한
이에 대해 여가부 담당자는 "TF는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기 보다는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의제를 선정하는 역할을 한 것일 뿐"이라며 "10대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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