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연극계에서도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이번에는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인 이윤택 감독이 배우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지방 공연 당시 해당 공연의 연출가가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며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고, 그날도 자신을 여관방으로 호출했다고 적었다.
그는 "안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적었다. 김 대표는 이후 이 연출가가 자신을 성추행했고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방을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이 연출가의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지방 공연했던 연극이 '오구'였고 '지방 공연을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고 언급해 해당 인물이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임을 암시했다.
이윤택 감독은 국내 대표적인 연출가 중 한 명이다. 지난 1986년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부산 가마골 소극장, 밀양 연극촌, 지금은 문을 닫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등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연극 양식을 갖춘 작품들을 선보였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각종 연극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의 폭로 뒤 이윤택 연출은 연희단거
앞서 이윤택 연출가에 대해서는 국내 대형극단에서 작업할 당시 극단 직원을 성추행해 해당 극단에서 이 연출가와 더이상 함께 작업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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