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설 명절 준비는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또 다른 지진에 대한 불안감에 정부의 무관심마저 더해지면서 이재민들은 최악의 설을 보내게 됐습니다.
심우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지진에 놀라 겨우 몸만 피한 김명자 할머니는 올해 설은 대피소에서 혼자 보내기로 했습니다.
여진에 대한 불안감에 자녀의 귀성을 극구 말렸습니다.
▶ 인터뷰 : 김명자 / 이재민
- "나부터도 불안해서 못 들어가는데 자녀가 어떻게 들어갑니까? 벽이 다 갈라지고 앉아있으면 찬바람이 술술 다 들어오는데…. "
▶ 스탠딩 : 심우영 / 기자
-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 용천리는 마을 곳곳에서 보수작업이 한창인데요,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설 명절을 포기했습니다."
노인이 대부분인 마을 가구 중 8가구는 아예 집을 허물고 컨테이너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집을 떠나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정연구 할아버지는 다가오는 설 명절이 달갑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정연구 / 경북 포항시 흥해읍
- "오순도순 했는데 올해는 뭐 제사 지내면 그냥 바로 보내 버린다. 가야 하고 또 이건 뭐 자지도 못하고 그러니까."
지진에 우울한 설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심리 상담센터에는 불면증과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이재민이 크게 늘었습니다.
▶ 인터뷰 : 김태현 / 신경과 전문의
- "또 (지진이) 닥치면 어떻게 하나 불안이나 걱정, 두려움 공포감 같은 것들을 많이 호소하셨습니다. (치료에) 최소 3~4개월에서 1~2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요."
식어버린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 이재민들은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BN뉴스 심우영입니다. [ simwy@mbn.co.kr ]
영상취재 : 백재민 기자·임성우 VJ
영상편집 : 전민규